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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윤 May 13. 2021

별에서 온 아이, 브런치에 착륙하다.

양념무상 prolog 일기장 찾아 삼만리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리기 쉽지않다. 올리고나서 수정이 되지 않거나, 쓰다가 갑자기 앱 자체가 종료되는 등 오류가 빈번히 난다. 나와 인스타그램의 충돌은 조용하지만 때로 파괴적이다. 아무도 모르게 나는 뿔이 난다.


인스타그램은 침묵과 함축과 상징의 sns인가? 사진 몇장에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거나 단순히 사진과 몇줄의 기록만으로 충분히 남들의 시선을 충족시킬 수 있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만 같다.


나는 묘사와 서사를 사랑한다. 나는 사진에 재주가 없다. 남들이 가보고 싶어할만한 근사하고 신선한 장소를 애쓰며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남들이 사고 싶어하는 값어치 있고 감각적인 물건들을 잘 구매하는 편도 아니다. 간혹 그런 공간과 그런 소유물을 갖게 되더라도 내세우기가 쑥스럽다.


나는 직유보다 은유를 사랑하는데, 어떤 은유는 직유보다 부담스럽고 느끼하다. 사람들에게 느끼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다. 담백하고 고상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웃음이 헤프고 수다스러워서 이렇게 곧잘 망한다.


블로그엔 친구들이 많이 없는데... 나는 가상의 친구는 필요없는데...... 나는 직접 만날 수 있거나 한때 만났던 사람들의 체온이 그리워서 인스타그램과 다투면서도 여전히 남아있다.


나는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나를 남기고 싶고 남과 공유하고 싶은데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까 올렸던 장문의 글이 몇번이나 튕겨져서 속상하고 짜증나는 마음을 이렇게 달래본다. 영화 한편한편 코멘트 남기고 추천해주고 싶었는데 결국 생략했단 말이다.


인별에서 방황하는 내 모습을 들여다보면 때로 애틋하고 안쓰럽다. Englishman in Newyork 노래를 흥얼거리는 싴하고 쿨한 이방인이 되고 싶은데, 현실은 징징거리고 푸념하면서도 끝끝내 떠나지 못하는 미련한 이방인의 꼴이라니...


그럼에도 긴 긴 내 글을 읽어주는 친구들, 애정합니다.





2020년 9월 9일의 일기.

이 일기를 쓰고 결국 반년이 지나서야 나는 인별을 떠나 브런치라는 이름의 달에 착륙했다.

여전히 낯설고 외롭지만, 그럼에도 새롭고 매력적인 이곳에서 나는 물을 찾고 불을 지피며 터전을 일궈볼 생각이다.


안녕, 나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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