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윤리학수업이다. 교수님을 앞에 두고 ㄷ자 모양으로 주욱 둘러앉는다. Frankena의 Ethics가 교재였다. 수업 분위기 엄청 좋다. 강의와 열띤 토론, 다들 재미있게 열심히 한다. 나도 한 열정하는 편이지만, 이분들의 학구열이란.....도살장에 끌려 가는 소처럼 의욕 없이 가도 분위기에 휩쓸려 저절로 공부하게 된다.
내가 다니는 윤리교육과이다. 놀라운 일은 이 중 실제 수강생은 단 2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청강생이다. 청강생의 면면을 보면 이미 박사학위를 취득해서 졸업한 사람도 있고, 박사수료를 하고 논문을 쓰고 있는 사람, 이 전공에 관심이 있어 입학을 하려는 사람, 이미 이 수업을 들었으나 다른 교재를 다룬다며 들으러 온 사람 등등이다. 진짜 공부가 좋아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다. 졸업하고도 청강을 하게 된 시작은 이러했다고 한다. 과거 어느 해, 박사과정 학생이 달랑 하나, 혼자였단다. 혼자면 공부하기 어려울까 봐 몇몇 졸업생이 같이 수업을 들어주게 되었단다. 그 후, 졸업하고도 원하거나 여건이 되는 학생들은 청강을 하게 되었으니, 이리하여 늘 풍성하게 수업이 이루어진다.
여러 수업 들어가 보지만 다섯 명에서 7,8명 정도 인원의 수업이 좋은 거 같다. 그보다 적으면 내 몫이 너무 크고 그보다 많으면 산만하다. 집중, 분위기에는 이 정도 인원이 서로 좋다.
윤리라는 전공은 조금 특이하다. 교수님들도 늘 자기 성찰을 하셔서인지 인격적으로도 존경할 만하다. 우리가 '교수'라고 생각하면 떠올릴 이상형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그런 모습이다.
재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청강으로 수업을 써포트해주는 졸업생들이 있고, 수강생보다 청강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는 학술공동체.
나는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집단에 발을 들였다. 인간관계 때문에 학교못다니겠다, 교수님 때문에 학교 못 다니겠다는 핑계는 못한다. 내가 내 공부만 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