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
어릴 적엔 영원할 것 같은 다짐들이 있었다. 꼭 해내겠다고, 절대 변하지 않겠다고 손에 쥐고 있던 결심들이 있었다. 어떤 순간엔 그것들이 나를 지탱해주는 기둥이 되었고, 또 어떤 순간엔 그 무게 때문에 주저앉고 싶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단단한 결심조차도 결국은 흐릿한 추억이 되어 있었다.
변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것들이 있었다. 처음 품었던 꿈, 마음 깊숙이 새겼던 사람, 절대 놓치지 않겠다 다짐했던 길. 그러나 어느샌가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한 채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는 그 결심이 전부였지만, 지금의 나는 그 시간을 떠올릴 뿐이다.
시간은 조용히, 그러나 무섭게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생각도, 관계도, 얼굴도, 마음마저도. 나만은 예외일 거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저 내 이름이 바뀌지 않았을 뿐, 내 안의 모든 것 또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나로 살아간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나란 존재의 외형과 이름은 그대로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은 변화를 거듭한다. 때로는 그 변화가 서글프고 낯설지만, 돌아보면 그것이 삶이었다.
세상이 변해도 나만은 그대로였다는 말은, 어쩌면 가장 달라진 것을 인식하지 못한 나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변화는 언제나 나를 통과해 갔고, 나는 그 속에서 매번 조금씩 다른 내가 되었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같은 이름으로 하루를 산다. 이 흔들리는 정체성 위에서, 나라는 존재를 잃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