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크림 브륄레 위의 인연
’사랑은 운명인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일까‘
눈꽃이 흩날리는 2월의 어느 날, 서울의 한 골목에 자리한 작은 디저트 카페.
화이트톤 원목 인테리어가 따뜻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픈 키친에서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파티셰가 정성스럽게 케이크와 마카롱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열대에는 크림 브륄레, 바스크 치즈 케이크, 마늘빵, 티라미수, 식빵, 크림빵, 크로와상, 베이글까지 다양한 빵이 가득했다. 그중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프랑스식 크림 브륄레였다. 숟가락으로 바삭한 설탕을 톡 깨고 한 입 떠 넣으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오픈런을 해야 살 수 있는 인기 메뉴였다.
카페 문을 열면 고구마처럼 구수하면서도 베리, 감귤, 꽃향이 어우러진 원두 향이 퍼져, 들어서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열 번이라도 다시 오고 싶은 애정하는 공간이었다. 작은 카페지만 손님들로 북적이며 활기가 넘쳤다. 테이블은 고작 열 개뿐이라, 손님들은 들어오자마자 자리를 먼저 맡고 메뉴를 고르기에 바빴다.
테이블마다 꽃병에 꽃이 정갈하게 꽂혀 있었고, 곳곳에 놓인 몬스테라와 알로카시아가 싱그러움을 더해주었다.
고은은 크림 브륄레를 사고 싶었다. 하지만 한 개만 남아있었다.
고은은 점원에게 물었다.
“혹시 크림 브륄레 더 있나요?”
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이게 마지막이에요.”
그 순간, 선우도 같은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거의 동시에 손을 뻗었다.
크림 브륄레를 동시에 잡으려는 순간, 두 사람의 손끝이 스쳤다. 카페 조명이 환하게 빛났다.
“저… 이거 사려고 했는데요.” 선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저도요.” 고은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은은 진석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진석은 일이 잘 안풀릴 때, 크림 브륄레와 커피 한 잔으로 위로 받는다. 고은은 그걸 알고 있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뒤에는 크림 브륄레를 사려는 사람이 더 있었다. 빨리 결정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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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가 사도 될까요? 이걸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고은이 말했다.
“저도 선물하려고 했는데…..그럼… 제가 다른 걸 고를까요?” 선우가 망설였다.
서로 눈치보다가 결국 고은이 크림 브륄레를 사게 되었다. 고은은 속으로 “아싸”를 외쳤다.
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표정을 드러낼 순 없었다.
고은은 점원에게
“선물하려고 하거든요. 신경써서 포장해주세요“
“물론이죠. 예쁘게 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점원과 대화를 마치고, 미안한 마음에 선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날도 추운데…. 죄송해서요.”
선우의 훤칠한 키와 하얀 피부가 고은에게는 매력적이었다.
선우는 고은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그럼… 커피 한 잔하며 몸 좀 녹여볼까요?”
두 사람은 테이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카페의 공기가 잠시 흔들리듯 정적에 잠겼다.
테이블 위 꽃병 속 꽃잎 하나가 떨어지며 은은한 빛을 발했다.
동시에 시간이 멈췄다. 신비로운 세계에서 꽃잎이 사라지면서 커다란 뭉게 구름을 만들었고, 구름이 사라지자 클로토(실을 뽑는 여신)가 등장했다. 클로토는 방추를 이용해 두 사람의 인연의 실을 처음으로 엮기 시작했다. 엄숙하면서도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화이트 톤의 린넨으로 된 큰 천 한장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가느다란 금빛 실이 공기 중에 흘러나와, 두 사람의 손끝을 은밀히 이어주고 있었다. 1분 후 클로토는 구름과 함께 사라졌다.
고은은 포장된 크림 브륄레를 들며 선우를 바라보다가, 알 수 없는 떨림을 느꼈다.
“이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