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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무진 늑대 Oct 06. 2024

발작버튼

오늘 또 나도 모르게 흥분을 해버렸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큰 대기업에 인수된 회사이다. 법정관리까지 갔다가 이 회사 저회사에 팔렸다가 2000년도 중반쯤 큰 회사에 인수되었다. 기존부터 여기에 재직했던 분들은 인수기업에서 꽂혀진 분들을 "점령군"이라고 불렸다. 그렇다고 점령군과 피점령군 사이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인수된지 10년도 넘어 함께 어우려져 잘 지내고 있다. 다만 사장과 주요 임원은 모기업에서 항상 꽃힌다. 어쩌랴... 점령당한 회사의 숙명을...


모회사는 지금은 명성이 덜하지만 과거엔 국내에서 가장 급여가 높은 것으로 손꼽히는 회사였다. (과거형인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만큼 인재들이 입사하기를 희망하는 회사였고, 그런 곳에서 오랫동안 일한 분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은 아주 높다. 


그런 곳에서 일하다 우리 회사로 사내이동을 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현재 우리 회사의 일처리 방식을 아주 못마땅해 하고 "여긴 그런게 너무 많아", " 여긴 그렇게 하더라", "일하다 흐지부지 되는게 여긴 너무 많아", "여긴 의사결정의 기준이 없어", "기준 없이 그냥 막 정했다는 거네"와 같은 비난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아무리 점령을 당한 회사라고 해도 그런 비난을 듣고 기분이 좋을리 없다.


처음에는 그런 소리를 부심쩌네 하며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너무 자주 듣다보니 나노 모르게 화가 나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쏘아 붙이고 "그게 아니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그런 의사결정을 했습니다" 라던지 이런 근거로 일처리를 했습니다라고 대꾸를 하게 된다. 오늘 오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무시하는 발언을 들으니 화가나서 들이 받아 버렸다. 그리고 나서는 후회했다. 내 평가권자에게 일개 사원이 대들다니...ㅜㅜ 발작버튼이 눌렸나보다. 힘없는 회사원 앞으로는 조용히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붙어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리라 다짐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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