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옛 직장동료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벌써 그들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고
각자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나 혼자 다른 세계에 살았던 사람이 된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글과 음악이라는 공통점으로 친해진 녀석들은 이제 나와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게 달라져 있었고, 글과 음악 대신 재테크라는 현실적인 얘기가 대화의 대부분이었다.
자리에서 단연코 화제가 된 것은 내 사수였던 **이 스톡옵션만 100억을 받은 얘기였다.
김은 모 대기업의 총괄이 되었고
윤은 뒤늦게 로스쿨에 들어가 잘나가는 변호사가 되었고
현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로 자리를 굳혔다.
김밥과 라면에도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던 그 소박했던 모습과 달리 모든 게 고급스러워진 그들의 변화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그들의 변화처럼 내세울 만한 변변한 업적(?)이 없기에 그들이 묻는 안부에 그냥 오래 쉬고 있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글 쓰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남의 글 대신 내 글을 쓰는 작가로서도 살고 있다고 얘기하지 못하고.
재테크 얘기로 한껏 무르익은 대화 속에서 나는 그들의 성공이 정말 대견하게 느껴지면서도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김이 스쳐 지나가는 말로 던진 한 마디가 계속 걸렸기 때문이다.
“누나도 그때 그만두지 말았어야 했어요.”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새 출발을 선언하며 모든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회사를 나왔던 날을 기억한다.
지금의 나는 그날의 각오만큼 행복한 모습일까.
얼마 전 만났던 내 첫 직장 상사, L 국장님은 행복한 일을 하려면 그 일만 생각하라고 했다. 계속 그 길을 걷다 보면 좋은 일도 따라오지 않겠냐고.
이젠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게 맞는 건지도.
옛 동료들의 행보를 따라갔다면 나는 더 행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었을까.
많은 것에 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