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글에서 이런 말을 썼다. 내가 해외에서 살아보는 경험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일이라 용기가 필요하다고.
행동해보니 알겠다. 시간과 돈을 써야 하기에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나의 목적은 언제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맞춰져 있어야 했는데 많은 순간 그러지 못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서 있는 곳에 나 또한 서있을 수 있도록 매일 그저 그런 일상적인 생각들로 그저 그런 자잘한 목표를 보며 나의 하루를 채웠다.
해외로 나오며 결심한 것이 있다면 아주 작고 사소하더라도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최악을 피하는 선택이 아닌 나를 위한 최고의 선택들. 크게 보자면 앞으로의 삶에 대한 방향이라던가 목표일 수 있겠고, 작게 보면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내가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등의 사소한 판단과 결정이다. 이 사소함은 하루 끝에서 만족감으로 답해준다. 의식의 초점이 남이 아닌 나를 향하므로 나에게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구분되며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들로 하루가 채워진다.
우리는 언제나 각자만의 선택을 앞에 두고 고민한다.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안고서 나의 판단을 다른 이에게 미루지만 이내 다시 깨닫는다. 어차피 그들도 무엇이 나에게 최선의 선택인지 모른다. 실은 나 또한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확신이 들지 않기에 내면이 아닌 다른 사람의 판단이 듣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말이 따로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응원과 용기.
이걸 깨닫고 난 후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털어놓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판단한 최선의 결정이 담긴 대답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어떠한 선택이든 당신을 언제나 응원하고 믿는다는 따스함을 건넨다.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듣는 응원과 용기는 정말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을 앞에 두었을 때 에는 그 모든 응원과 용기의 언어를 스스로에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믿어야 한다. 무엇을 결정하던 언제나 지금 내가 하는 결정이 최선이고 완벽한 결정이라는 것을.
여행을 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돈을 나의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것에 투자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을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돈은 무조건 모아놔야 한다는 압박감. 그 압박감이 인생의 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원하지 않는 결정을 하도록 나를 이끌었다.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스스로 다짐했다. 여행의 길에서 돈으로 살 수 있는 값진 경험과 내가 바라왔던 어떤 것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선택하자고.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마음을 따를 때 내가 얻는 것들은 무엇일지.
막상 그렇게 세 달 가까이 지내보니 내가 느끼는 행복감이 너무나 커서 돈과 시간에 신경 쓸 에너지가 없었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뜨는 게 행복했고, 하루의 시작이 설레고 감사했다. 이 모든 것을 돈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누릴 수 있다니, 그걸로 충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써보니 나를 위한 소비와 가치 있게 돈을 쓰는 법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반짝이는 예쁜 조명과 장식으로 가득한 유럽의 거리를 혼자 걷다가 나의 버킷 리스트 중 여러 개를 이미 이뤘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내가 한 것은 단 하나였다. 용기를 내고 행동하기를 선택한 것. 그 하나로 언제쯤 인생에서 경험해볼 수 있을까 싶었던 모든 것들이 거짓말처럼 한꺼번에 이루어졌다.
언제나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있을 때 부디 스스로를 위한 선택과 결정을 내리기를, 도전을 당당히 선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