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시, 독서
오늘의 영시독을 시작했다.
요즘 매일 꾸준히 하려고 하는 것, 영어 공부, 시 필사 그리고 독서이다.
영시독이라고 하니 영시를 읽는가 하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전혀 아니다. 그냥 영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하는 스스로 챌린지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영어 챌린지를 설정하고 매일 10 단어씩 기록하는 것이다. 물론 다 외우는 것을 목표를 하진 않는다. 이런 단어도 있구나, 연결시키기만 한다.
언어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것 같아서, 나의 형편없는 영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시작했다. 내가 왜 이걸 해야지 하면서도, 영단어 외우기, 아니 그냥 읽어보기 한지 오늘로 97일째.
오늘의 단어는 app로 시작하는 단어들이다. 눈에 들어오는 세 단어, application은 적용, appreciation는 이해(평가, 감사, 감상), appreciation는 약속(지정, 임명)이다.
오늘 읽은 내용은 이해 appreciation 했는가, 어디에 적용 application 할 것인가, 어떤 약속 appreciation을 잡을 것인가? 중얼중얼 연결시켜 본다.
자, 이제 시를 필사해 볼까?
시 필사는 2022년 1월 시집 필사와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매일 한편씩 읽고 필사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읽고 가장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필사한다. 손필사할 때도 있고 출근할 때는 컴필(타이핑해서 기록)도 한다. 시집을 보기도 하고 시를 읽을 수 있는 app을 사용하기도 한다.
오늘은 2023년에서 299일째 되는 날, 299번째 시. 300일이 다가오면서 10월이 끝나가고, 올해도 두 달 남짓 남았구나 하는 아쉬움을 달래면서 고독을 읽었다.
이상국 시인의 <고독이 거기서>라는 시는 <<뿔을 적시며>>(2012, 창비)라는 시집에 수록된 시이다.
이 시는 동해안 국도를 지나다 발견한 통나무로 지은 '고독'카페를 지나며 적은 단상이다. 시인은 "고독은 아주 오래된 친구"라고 한다.
그렇지, 고독이 오래된 친구이기도 하지,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고독을 마주하는 순간, 하지만 '고독'이라는 친구가 나를 지켜봐 주니까 전혀 쓸쓸함보다는 고요라는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고독이 여기서 뭐하는지 지켜보는 단 하나의 존재 -- '고독'.
오늘 오후 일정을 머릿속으로 한번 되뇌고, 아침 독서를 시작했다. 스스로 매일독서 챌린지를 설정하고 한지 399일째, 곧 400일이 된다. 시작한 날은 2022.9.17일부터.
첫 번째 100일은 자녀교육, 에세이, 자연과학 분야 책을 각각 한 권씩 읽었다. 가장 인상 깊은 책은 조제프 쇼바네크의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현대지성, 2022)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영감을 준 책이다. 시각의 차이를 느끼게 한 책이다.
두 번째 100일은 자기 계발, 사회정치, 자연과학 분야 책을 각각 한 권씩 읽었다. 가장 인상 깊은 책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사람을 얻는 지혜>>(현대지성 2022)이다. 고전의 힘을 실감했다.
세 번째 101일은 11권을 읽었다. 빨리 읽히는 책은 2~4일 읽고,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은 7~16일 정도 소용되었다. 인문, 에세이, 심리, 소설 등 다양한 분야를 읽은 것 같다. 두 번의 챌린지의 힘인 것 같다. 매일 조금씩 읽는 것이 체화되면서 속도가 붙은 것 같다. 인상이 깊은 책을 세 권 정도만 꼽으라면, <<읽었다는 착각>>(조병영 외, EBS, 2022),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헤이든핀치, 시크릿하우스, 2022),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다산초당, 2022)이다.
이렇게 매일 독서를 한다고 하면서 과연 읽었다는 착각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의 문해력은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해보기도 했다. 완벽주의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게으른 것이라고 자책을 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좋았다. 독서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많은 간접경험을 하려고 하는 것인데, 읽다 보면,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도 있다.
오늘은 그동안의 기록을 정리하다 보니 오늘의 독서에 대해 얘기를 못한 것 같다. 네 번째 100일 챌린지는 내일(10월 27일 금요일)이면 끝난다. 지금 읽는 책은 한양대 정재찬 교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이다. 시와 인생, 언어와 삶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오늘 읽은 주제는 '소유', '가진 것'에 대한 것이다. 글을 쓰면서 서재를 둘러보니 진짜 쓸데없이 꽂아놓고, 쌓아놓은 책이나 프린트물이 많았다. 이걸 언제 날 잡아 한번 정리해야지 하며, 아직도 실천하지 못했다. 이 속에서 내가 꼭 남기고 싶은 책은 뭘까, 나는 왜 그 책을 골랐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인 것 같다.
버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니, 우리 집에는 나와 남편, 그리고 아버지는 버리는 것을 잘 못하고, 엄마는 버리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다. 엄마는 좀 정리하고 살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이는 버리는 것에 대해 신경 쓰는 것보다 사들이는 것에 익숙하다. 특히 학용품은 사고 또 산다. 필요하지 않은 것도. 남 말할 것도 없다. 나 또한 책을 사고 또 산다. 언제 다 읽으려고.
얼마 전 고모와 조카가 집으로 놀러 왔다. 서재를 보더니 읽을만한 책을 몇 권 추천해 달라고 해서, 생각난 김에 최근에 봤던 책 몇 권과 도움이 될만한 책을 몇 권 드렸다. 무거워도 가져가라고. 갈 때 한아름 들고 기분 좋게 나가는 것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분명 가져간 책 속에 좋아하는 키워드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오늘의 '영시독'을 하고 나서, 어디에 적용할지, 버릴 것은 없는지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