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용돈 모아 친구들과 함께 가던 그곳. 새로 생긴 그 옷가게는 지하상가의 옷가게와는 다른 곳이었다. 동인천의 옷 가게 중 학생과 20대 아가씨들에게 핫플이었다. 점원들이 따라다니지 않아 눈치 보지 않고, 커다란 매장 안의 옷들을 내 맘대로 실컷 구경할 수 있던 그곳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친구들과 시간만 나면 그곳에 들러 옷을 구경하고, 사고 싶은 옷이 있으면 용돈을 모아 친구들과 몇 번이고 들락거리며 고르고 또 골라 옷을 사곤 했던 그곳.
엄마와 아빠는 대학에 곧 입학하는 딸을 위해 입학식에 입을 옷을 사주시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들이 겸 그 옷가게를 같이 가주셨다. 들떠있는 딸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부모님의 얼굴과 예쁘고 나름 섹시한 타이트한 원피스를 사고 신이 났던 나.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설레는 기쁜 날이다. 떠오르는 그 기억은 가슴 따뜻하게 잔잔한 행복을 준다.
다시 시작
그렇게 설레었던 나의 대학생활의 시작.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 학교에 갔다. 대학 새내기였던 나는 어느덧 두 딸의 엄마가 됐고 삶의 한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중년이 되었다. 남편과 아이 그리고 나. 여러 가지 나의 이름 중에서 나는 아직도 철부지 인양 헤매고 있다. 살아가는 날들이 때론 허망하고 때론 무엇인가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무언가 해야만 했다. 그리고 늘 꿈꿔오던 공부를 다시 하고 싶었다. 물론 늦은 나이에 일과 공부를 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작은 공방을 운영하면서도 늘 시간이 부족한 나였기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면 결단이 필요했다. 일을 놓을 수 없기에 더욱더 바빠질 나의 하루를 각오하고 또한 일중독과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일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잘 되지 않을 오랜 버릇이지만 고쳐야 한다.
여러 가지 각오와 현실적인 부담감을 뒤로하고 나는 학교에 가기로 했다.
나의 결심을 이제는 나의 남편과 아이들이 응원해 주고 있다.
다시 시작된 나의 봄날에 어떤 일이 생길까? 기대와 설렘이 있는 이 봄이 좋다
나는 다시 학생이 되었다.
학교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고 분명 더욱 분주한 일상이지만 마음은 더 평화롭고 여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