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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법안, 금리에 미치는 영향

by 원스

지난 6월 17일, 미국 상원이 사상 처음으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안의 이름은 GENIUS Act(S.1582). 찬성 68표, 반대 30표라는 초당적 지지를 받아 통과되었고, 현재는 하원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입니다.


이 법안은 특히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100% 고유동성 자산으로 유지할 것을 의무화한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수준의 투명성과 유동성 기준 아래 두겠다는 취지입니다.


법안이 규정한 준비자산은 명확합니다.


미국 화폐, 연방준비은행 예치금, 잔존 만기 93일 이하의 단기국채(T-bill), 그리고 특정 요건을 충족한 환매조건부채권(레포)입니다. 발행사는 이러한 자산을 1:1로 보유하고, 매월 내역을 공시해야 합니다. 또한, 재무부와 국토안보부의 감독 체계 하에 자금세탁방지(AML) 규정도 충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법안이 금융시장, 특히 국채시장에 어떤 파장을 남길 수 있을지는 현재 시장의 핵심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로이터는 최근 보도에서,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Tether(USDT)와*Circle(USDC)가 이미 1,66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주로 단기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업계에선 GENIUS 법안이 확정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까지 2조 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자금 흐름이 국채금리, 특히 단기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단기물 중심의 자산 운용 구조를 가진 스테이블코인은, 발행과 환매가 반복될 때마다 단기국채에 구조적인 수요 충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금 흐름은 전통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국채시장과 연결되기 때문에, 기존 금융중개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금리 변동 경로를 형성하게 됩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의 연구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35억 달러(2표준편차 수준) 증가할 경우, 3개월물 T-bill 금리는 5영업일 내 2~2.5bp 하락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자금이 유출될 경우엔 6~8bp 상승하는 비대칭적 반응이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실증 결과는 단기금리에 있어서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실물 시장에 의미 있는 가격 신호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단기금리와는 달리, 장기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같은 BIS 연구에서도 시가총액이 10배 확대되는 가정 아래에서도 10년물 국채 수익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은 구조적으로 잔존 만기 93일 이하의 초단기물에 고정되어 있으며, 미국 재무부 역시 평균만기(WAM)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번 GENIUS 법안 통과는 지금 당장 금리 곡선을 뒤흔들 이벤트라기보다는, 단기물 중심의 수급 구조를 천천히, 그러나 구조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 출발점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현재 하원에서는 GENIUS 법안과 기존 STABLE Act를 병합하거나 일부 조문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완전한 법률 제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이번 상원 통과는 분명한 전환점입니다.


향후 준비자산 규제가 완화되거나, 시가총액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면, 지금은 미약해 보이는 스테이블코인과 금리 구조 간의 연결 고리가 점차 더 뚜렷하게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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