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국가』

정의란 무엇인가

by 영백

“정의란 무엇인가.”


플라톤의 『국가』는 이 질문 하나에서 출발합니다.

아테네의 한 모임에서 소크라테스와 제자들이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던 장면을 떠올려 보십시오.

한 사람이 묻고, 다른 사람이 반박하며,

또 다른 이가 새로운 의심을 던집니다.


정의는 단순히 법을 지키는 것일까요?

강한 자의 이익일까요?

아니면 영혼의 조화일까요?


소크라테스는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만약 정의가 단순히 강자의 이익이라면,

약자는 언제나 불의 속에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반문 속에서 우리는 ‘정의’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의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플라톤은 독자를 그 자리에 앉힌 듯, 우리에게도 답을 요구합니다.


『국가』의 매력은 완결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플라톤은 하나의 해답을 강요하기보다,

대화를 이어가며 독자 스스로가 사유하도록 이끕니다.

소크라테스와 글라우콘, 아데이만토스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책장이 아니라 아테네의 회당 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정의란 무엇인지, 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인지

이 책은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훈련장이 됩니다.


플라톤은 이상국가를 제시합니다.

철학자가 통치하는 나라,

계급이 분명히 나뉜 사회,

공동체의 선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체제.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독재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설계도가 아니라 문제의식입니다.

만약 개인의 욕망만이 앞선다면,

과연 공동체는 정의로울 수 있을까?

권력과 이익이 얽히는 현실 속에서 이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국가』를 따라가다 보면,

정의에 대한 탐구가 곧 인간 영혼에 대한 탐구로 확장됩니다.

소크라테스는 말합니다.


“정의로운 국가는 정의로운 개인과 닮아 있다.”


영혼 속의 이성, 기개, 욕망이 조화를 이룰 때

개인은 바르게 살아갈 수 있고,

사회도 각 계급이 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때

비로소 정의로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의는 제도 이전에,

결국 한 사람의 내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통찰이지요.


저는 『국가』를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정의는 완성된 답이 아니라 끊임없이 갱신되는 질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완벽한 사회를 만들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사회는 조금씩 정의에 가까워집니다.

정의란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와 성찰의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정의’라는 단어를 자주 꺼냅니다.

공정, 평등, 권리

이 모든 화두는 플라톤의 시대와 다르지 않습니다.

『국가』를 읽는 일은 그래서 단순한 옛이야기의 독서가 아닙니다.

아테네의 좁은 골목에서 울려 퍼지던 소크라테스의 목소리를

오늘 우리 삶 속으로 다시 불러오는 일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이 물음은 여전히 미완성입니다.

그러나 답을 찾으려는 우리의 대화와 고민이,

사회를 조금 더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플라톤의 『국가』는 고전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대화입니다.



참고문헌

Plato, The Republic, translated by Allan Bloom, Basic Books, 1991.

플라톤, 『국가』,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2010.

플라톤, 『국가』, 박종현 옮김, 서광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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