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매체에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포털 뉴스 상단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이른바 '낚시'에 제대로 걸렸다.
기사의 제목은 <"언니 남편 바람났어" 후배 전화에 위치추적기 설치...(이하 생략)>였다.
짧게 사연을 소개하면, 직장 동료인 남편과 결혼 후에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하는 A씨는 전 직장 후배로부터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남편 차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했고, 결국 불륜 현장을 목격했다.
타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듯한 이런 기사들은 트래픽을 높이려는 국내 황색언론 성향에 제대로 부합돼 자주 접할 수 있다. 읽고 나면 기분도 좋지 않고, 시간을 낭비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매번 낚인다.
기사에 대한 평가는 그만하고, 이를 읽다가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바로 위치추적기다.
과거에는 애인 사이나 부부가 서로의 휴대폰에 위치추적 기능이 있는 앱을 설치해, 서로의 동선을 감시(?)하는 것이 한때 유행했다. 이 서비스는 숱한 선정적인 기사거리를 만들어 냈고, 결국 인권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사라졌다. 이 앱이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 믿지'라는 제품명 조차 부끄러워지는 GPS 활용 앱이었다.
이미지=Pexels
그러나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상대방 동의 없이 휴대폰 위치 추적하는 방법'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범죄(?)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아 꺼림직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떤식으로든 도움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주 간단하게만 언급한다.
바로 구글지도를 이용하는 것인데, 아이폰에서는 구글지도를 설치하면 되고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상대방의 위치를 간단히 알 수 있다. (다만 위치사용을 하게되면 당사자에게 알람이 가기 때문에 은밀한 위치추적은 불가능하다)
또한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면 배우자, 커플의 위치를 서로 공유할 수 있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사진을 통해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도 하다.
갈등과 반목...꼭 필요한 기술인가?!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하면, 즉 남몰래 상대방의 휴대폰에 위치추적 설정을 한다면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음을 꼭 인지하기 바란다.
다시 기사 내용으로 돌아가 보면, A씨는 남편의 불륜을 확인하기 위해 갤럭시 스마트태그라는 위치추적기를 사용했다. 남편 차에 위치추적이 되는 스마트태그를 숨겨두고 해당 위치에 직접 찾아간 것이다.
갤럭시 스마트태그
원래 이 스마트태그는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을 찾거나, 어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동선을 추적하는 용도로 쓰인다. 물론 자녀들이 부모의 위치추적에 반발해서 부모-자식간 갈등이 심화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해당 기사처럼 상대방 동의 없이 위치를 추적하는 행위는 개인정보/ 사생황 침해로 불법이다. 법적 책임 부분을 살펴보면, 개인정보보호법 제 15조에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경우 개인의 동의를 얻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위 사례 처럼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해 남편이 위치추적 앱으로 배우자의 위치를 추적하다가 법적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다. 결국 A씨는 남편의 외도 현장을 잡았지만, 남편이 고소를 하게 되면 법적 처벌을 피할 수는 없게 된다.
이외에도 위치추적 기능은 데이트 폭력 및 스토킹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법적인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미지=Rawpixel
현재 인터넷 검색으로 다양한 위치추적기가 판매되고 있다. 제품 수도 많고 각각의 판매량도 수만건 이상으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간단한 위치추적기는 수만원대에 그치지만, 지하실을 포함해 정밀한 위치추적이 가능한 제품은 수십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의 관계와 믿음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방증하는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첨단 기술 활용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의 행복과 편의다. 그러나 위치추적기와 같은 기술은 편의성을 높이거나 누군가의 안전을 살피는 등 유용한 제품인 반면, 사람 사이의 믿음과 행복을 앗아갈 수도 있는 도구가 됐다는 점에서 역설적인 기술로 남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