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캠퍼에선 (모두) 다녀왔습니다. 리프레시 휴가!
바야흐로 여름휴가의 계절이다. 학생일 때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긴 여름방학 겸 휴가가 시작되었다면, 직장인들에게 있어 여름휴가의 신호탄은 무엇일까. 얼마 안 되는 필자의 경력을 돌이켜 보며 생각해 보면 체감상 가장 많이 느껴지는 건 역시 '동료, 거래처의 부재' 일 것이다. (담당자가 여름휴가 셔서~ 자리 비우셔서~ 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시즌이 바로 지금이다.)
또 여름휴가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는 바로 '비교적 한산한 지하철'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아주 조금이지만, 운이 좋으면 강남행 지하철에서 앉아 갈 수 있는 행운이 생기는 것도 바로 이 시기다. 물론 누가 봐도 놀러 가는 행색을 한 행복한 사람들을 '출근길'에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지금이기도 하다. 대충 이런 느낌의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면, 아, 여름휴가철이 드디어 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날이 막 더워지기 시작한 6월 초, 아이캠퍼의 사내 메신저에는 위와 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대한민국의 노동법상 하계휴가는 법정휴가가 아닌 약정휴가로서, 회사 재량에 따라 실시되는 휴가의 측면이 강하다. 즉 필수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선 자신의 연차를 소진하거나 혹은 무급 휴가로 다녀오는 경향이 강하다. 사족이지만 필자는 전 직장과 전전 직장 모두 여름이 한창 성수기인 데다, 휴가라고는 필수적으로 제공되는 연차 외에 없었으므로 하계휴가가 있다는 건 직장 생활의 큰 동기부여였다. (실제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 장기간 휴가를 다녀온 적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쉽게 티를 낼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곳은 직장이다. 연차 사용이니, 며칠을 쉴 수 있냐느니 하는 질문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 여름휴가는 없습니다' 같은 답변이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 조용히 상황을 살피던 그때, 답변이 올라왔다.
아마 이때, 모르긴 몰라도 내적 환호성 하나는 크게 울려 퍼졌을 것이다. 파주와 연남동의 모 건물들에서 말이지...
필자의 전공은 감정부조화와 번아웃(소진) 현상이다. 특히나 직장인, 그중에서도 가장 감정적인 업무 강도가 높다는 감정노동자들의 번아웃 현상을 연구하고 개선시키는 방안을 도출하고자 노력했다. 이렇게 말하니 있어 보이지만, 사실 대놓고 말하자면 '어떡하면 감정노동자들의 번아웃 증상을 줄이고 퇴사율을 낮출까'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개개인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것이 기업의 이익(=퇴사율 저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 하에서 설정된 연구 목적이었다.
필자가 대학원 시절 연구했던 감정노동 분야는 바로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영업 상담 분야였는데, 이 분야가 또 업무 강도 세고 근속기간이 짧기로 유명한 분야였다. 연초에 100명을 뽑아 놓으면 3개월 뒤 70명은 나간다는 그 전설적인 분야에서, 필자는 근속기간이 3개월인 신입과 3년이 넘은 베테랑 두 분을 모시고 번아웃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번아웃이라는 현상이 수치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개개인 간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3개월이 막 넘은 신입과 3년이 넘는 베테랑 두 분의 번아웃 수치 차이는 유의미하지 않았다. 업무의 양이 달라서 신입의 번아웃 수치와 베테랑의 번아웃 수치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연구가 진행되었던 시기가 바로 연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업무는 직급 구분 없이, 똑같이 많았다.
그렇다면 신입과 베테랑 사이의 근속연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타고난 기질 차이라고 결론을 내 버리면 필자의 논문은 그대로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학원 졸업은 해야 할 거 아녀요) 그러던 중, 베테랑과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었다.
"저는 일 끝나고 무조건 헬스를 가요."
"오, 대단하신데요? 건강해지시겠어요."
"건강도 건강인데요, 그냥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나 스트레스를 아예 직장에 놓고 가려고 헬스를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게 벌써 삼 년 째네요."
번아웃 증후군을 미연에 방지하고, 완화하기 위한 방법들은 시중에 여러 가지가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일에서 의미를 찾기', '근육 운동 하기', '커뮤니케이션 방법 바꾸기', '회복 탄력성 기르기' 등등이 있는데, 아무래도 좀 뜬구름 잡는 것 같기도 하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느낌은 아니다. 그럴 때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거리 두기다. 일과 나 사이에, 물리적이든 심적이든 어느 정도의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는 바로 위의 베테랑과 같은, 다른 취미생활에 매진하기 등이 있다. 너무 힘들어서 아예 다른 생각이 안 나면 베스트다. 하지만 누적된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이와 같은 취미 생활로도 해소하기 힘든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리프레시 휴가다.
이미 국내의 일 잘한다는 기업들은 대부분 장기 근속자 혹은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리프레시 휴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기간은 대부분 3일부터 한 달까지, 장기 휴가를 원칙으로 한다. 번아웃이 오기 전 자신의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기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해당 구성원이 휴가를 가면서 벌어지는 손해보단 퇴사를 하면서 발생하는 영구적 손실이 더 큰 경우가 왕왕 있으므로, 회사 입장에서도 오히려 리프레시 휴가를 챙겨주는 쪽이 더 이득이다.
아이캠퍼에서도 위와 같은 제도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장기 근속자 대상으로 휴가와 여행경비를 제공하는 장기근속자 제도다. 그 외에 실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기적 하계휴가(유급휴가) 제공이다.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전사 모두가 쉬기 때문에, 정말 '일과의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두 달 정도 미리 공지하기에 업무의 차질이나 부침 없이 셧다운이 가능하다. 아니, 가능했다.
필자는 서핑을 다녀왔다. 토~화, 이 기간 동안 양양의 죽도해변에서 서핑을 하면서 많은 것을 돌아보았다. (멋지게 파도를 타긴커녕 얼굴로 바다에 처박히면서 회고하긴 했지만) 직장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균형 잡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균형 잡을 때의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서핑에는 두 가지 스탠스가 있다고 한다. 오른발로 균형을 잡는 '레귤러 스탠스', 그리고 왼발로 균형을 잡는 '구피 스탠스'. 왼손, 왼발잡이였던 필자는 강사 선생님께 구피 스탠스의 뜻이 뭐냐고 물어봤었다. 그때 강사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인상 깊다.
구피 스탠스는 레귤러 스탠스와 다르게, 이상한 (왼쪽 발로 균형을 잡으니) 방식으로 균형을 잡는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구피(바보) 스탠스라고 하죠. 하지만 어차피 균형만 잡으면 장땡 아닐까요? 편한 발로 잡는 게 쉽잖아요.
균형 잡을 때의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아마 앞서 나왔던 베테랑 감정노동자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업무와 스트레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고 있었을 터다. 조직이 해야 할 일은 그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여러분은 여름휴가 잘 다녀오셨나요?
아이캠퍼는 이런 회사입니다 : https://ikamper.oopy.io/
아이캠퍼는 현재 채용 중 : https://www.saramin.co.kr/zf_user/jobs/view?rec_idx=43514150&view_type=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