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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호 Feb 23. 2021

인간 노동의 본질을 생각하다

⟨인공지능 시대의 일⟩ 출간에 붙여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5월 27명의 뉴스 에디터를 해고했다. 대신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정보를 취합하고 기사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편집자의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인공지능은 언론 기사를 훑어보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반응을 파악한 뒤 실시간으로 MSN의 포털 뉴스 페이지를 업데이트한다. 효율성 측면에서 인간 편집자를 압도한다. 구글은 뉴스 작성 업무에도 인공지능을 투입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저널리즘 분야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인간의 이야기가 가진 매력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은 독자가 감동하거나 분노하고, 함께 슬퍼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취재해서 글을 써내진 못한다.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하고 정보를 모아 글을 쓰는 흉내를 낼 뿐이다.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인 GPT-3가 작성했다는 지난해 9월의 《가디언》 칼럼도 서사가 드러나도록 에디터가 여덟 개의 초고를 짜깁기하는 편집 과정을 거쳤다.


내가 처음 에디터 일을 하고 싶었던 이유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는 경험이 좋아서였다. GPT-3와 MSN 인공지능은 인간 기자와 에디터의 역할을 선명히 드러낸다.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독자가 감정 이입할 수 있는 글을 만드는 일이다. 이 콘텐츠가 독자 여러분들에게 지금하고 있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어떤 영역이든, 그 일의 본질은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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