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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차 Nov 28. 2022

센티멘탈리즘은 모차르트가 해소해준다.

칵테일 사랑의 그 노래

문제 삼으면 문제가 돼 

우리는 참 신경 쓸일이 많다. 어른에 가까워 질수록 의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한달의 스케쥴은 체납일자 중심으로 돌아간다. 월 초엔 핸드폰 요금과 카드값을 내고 중순엔 적금, 말에는 대출이자를 낸다. 요금과 고지서의 쳇바퀴 속에 갇힌 다람쥐처럼 쉴 틈 없이 달려야만한다. 윤회에 윤회를 거듭해서 내게 날아오는 고지서들..그만 해탈하고 싶다. 그 외에도 어제 다하지 못한 밀린 업무라던지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픈 곰팡이 슨 벽지, 다 떨어진 쌀통 등등... 나를 귀찮게하는 사소한 듯 사소하지 않은 문제들.


문제 속에서 살다 보면 나를 잃는다.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픈 문제의 노예가 되지 말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과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걱정들은 서서히 머리를 마비시키고 숨통을 조여올 것이다. 하지만 인생만사 어디 생각 처럼 흘러가는가? 이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쉼 없이 쏟아지는 걱정들을 컨트롤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비워내고 비워내도 넘쳐흐르는 감정들과 씨름하다보면 기진맥진 하게 된다. 아웅다웅하다가 결국 될 대로 되라지 하는것이다.

두 손 두 발 다들고 백기를 흔들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잡아먹어버리는 회의감과 자괴감. 틈만 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모래인간은 싫어

회의감은 사람을 모래인간으로 만든다. 퐁퐁 샘 솓아야 할 감정은 그 씨가 말라 물줄기를 찾기 어렵고 거울 속의 나는 낯설다. 한참을 들여다 보며 이 안에 과연 내가 들어있는게 맞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거울 속에는 푸석하고 메말라보이는 모래 인간만이 서있다.

'똑똑 저기..계세요? 헬로우?'

생각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머리 속 안에 뿌옇게 안개가 차 있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압력으로 꽉 차 내가 무얼해야 하는지, 여기는 어디인지 조차 까먹게 된다. 까마득한 우주에서 고아가 된 듯한 느낌이랄까..


조성진씨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협주곡을 듣다보면 어느새 내 안의 많은 감정들과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기뻤다가 슬펐다가 때로는 우스웠다가 때로는 가슴이 벅차다. 내 안의 순수한 영혼과 마주하는 듯한 기분. 모차르트의 음악은 메마른 사막의 오아시스다. 잔뜩 움츠려 있던 내 안의 것들이 메마른 땅에 조금씩 단비가 내려 싹을 틔었다가 용솟음쳐서 하늘 위로 펑 터진다. 그렇게 나는 자유로워진다.


출근 길에 종종 모차르트 음악을 듣는다. 우중충하고 칙칙했던 버스 안에서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있다가 꾸역꾸역 내린 정류장에 발을 내 딛으면 어느새 이어폰에선 연주를 마친 후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 후 회사로 가는 길은 웬걸 아까 와는 다른 세상에 와있다.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빛과 청명하고 시리게 푸른 하늘 위 날아가는 새들, 상쾌한 아침 공기와 맑은 구름들까지 모차르트 음악이 나를 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데려다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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