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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Nov 17. 2023

​Nevertheless-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예은,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모든 이야기는 돈에서 시작한다. 진부하게도 말이지. 하지만 냉방비를 내지 못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세 자릿수에 달하는 2025년, 돈 없이 무엇을 할 수 있지?"

'첨단 에코 프렌들리 교육도시'를 표방한 재개발이 한창인 야무시, 그곳의 최고급 아파트인 씨더 뷰 파크에서 무차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입주 초기, 이사 철에 누군가 떡을 돌렸다. 입주민들은 아무 의심 없이 떡을 먹었고, 그 떡에는 독이 들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씨더 뷰 파크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화영의 엄마가 사망한다.


화영은 엄마가 죽은 진짜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돈'을 모은다. 혼자 남은 미성년인 화영이 돈을 벌기는 만만치 않다. 수많은 거짓말들 속에서 위태롭게 살던 화영은 죽음의 위기 앞에서 '해피 스마일 베어'를 만난다.  

소설은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회를 배경으로 돈과 사람의 생명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정말 돈보다 중요한 건 없나? 돈이 있으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건가? 누군가의 생명은 다른 생명들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인가?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목숨 '값'을 매기는 사회에 살고 있구나. 사람의 목숨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거라고 겉으로는 말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그런가? 사회를 이끌고 있는 리더 몇 명이 나와 똑같은 생명을 가진 그저 사람일 뿐이라면 우리는 왜 그들을 너무도 쉽게 '사면'해주는가? 우리는 이미 한국 경제 성장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사면해 주는 게 맞고, '미래의 한국을 이끌 인재'이기 때문에 성범죄 형량을 줄여주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작가의 말에서 "어딘가 커다란 구멍이 생겨 버린 두 사람이 서로의 구멍을 살과 피와 솜뭉치로 채우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길고 지루한 우리 일상을 버티게 하는 건 아주 사소한 기억과 어느 정도의 체념, 그리고 애착 인형처럼 꿋꿋이 곁에 남아 있는 다음을 향한 기대감이라고 믿습니다."라는 문장을 남겨둔다. 어쩌면 막을 수 있었을 죽음들이 어이없이 일어나는 이 시대에 '살아남은' 우리들은 앞으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되돌아보게 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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