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회중년생 홍대리 Oct 18. 2021

아이의 일탈은 좋은 교육 기회다

코칭 대화법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며 조숙해진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부모 품에서 떠날 채비를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해봤자 어디 부모 마음대로 되던가. 역효과가 안 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오늘도 우리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답시고 부모 마음대로 하려고 노력한다. 말리면 말릴수록 엇나갈 뿐인 것도 모르고 말이다.


성호는 어려서부터 툭하면 사고를 쳤다. 큰 사고를 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보이는 장난 중에 가장 위험한 게 불장난인데, 한 번은 아파트 지하실에서 흰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른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성호를 비롯한 아파트의 내로라하는 골칫덩이들이 지하실 문이 열린 것을 보고는 들어가 폐지를 태웠던 것이다. 하마터면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불장난은 인명과 재산을 잃을 수 있기에 당연히 추호의 변명도 용납해서는 안 되지만, 이때도 무조건 매로 다스리는 것은 적절치 못한 태도다. 나는 성호에게 왜 불장난을 해서는 안 되는지 확실한 이유를 깨닫게 해 주었다.


“소방관 아저씨들이 오고, 경찰관 아저씨들이 오니, 어때?”

“무서웠어요.”

“큰 불이 나면 어떻게 될까? 잘못해서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으면?”

“큰, 큰일이 나요.”

“잘못하면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어. 그래도 불장난을 하고 싶니?”

“아니요, 앞으로는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약속할 수 있어?”

“네, 약속해요.”


그 뒤로 성호는 약속대로 절대 불장난을 하지 않았다. 해서 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머릿속에 불장난을 하면 매를 맞고 혼난다는 단순한 공식보다는 불장난을 하면 왜 안 되는지 확실한 이유를 깨닫게 했던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하루가 작은 일탈의 연속임을 부모들은 절감한다. 그때마다 부모는 일탈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그중에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매를 드는 것이다. 눈물 콧물이 쏙 빠질 만큼 혼찌검을 내면, 아이의 머릿속에 ‘금기’라는 단어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폭력은 반드시 또 다른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내게 코칭을 받던 현수라는 고등학생이 오토바이를 훔치다가 붙잡힌 적이 있었다.

“선생님, 이를 어째요. 남편이 알면 우리 애는 맞아 죽어요. 이를 어째…….”

경찰서에 붙잡혀 간 현수 때문에 엄마가 다급하게 내게 SOS를 보냈다. 현수 아빠는 울산에 소재한 한국 굴지의 대기업 간부였다. 아들이 오토바이를 훔쳤다는 말이 퍼지면 얼굴을 들지 못하고 다닐 게 뻔했다. 서둘러 경찰서로 달려가니 엄마는 나무의자에 앉아 훌쩍이고 있었고, 현수는 교통계 책상 앞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었다. 그 옆에서 오토바이의 주인이 열을 내고 있었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시동이 걸린 채로 주차돼 있던 오토바이를 현수가 몰래 훔쳐 타고 달렸다고 했다. 그것도 버젓이 교복을 입은 채로 타다 CCTV에 딱 걸렸다니 작정하고 훔친 게 아닌, 일탈 그 자체였다. 가슴이 답답했다. 얼마나 스트레스에 짓눌렸으면…….

화가 누그러진 오토바이 주인을 간신히 설득해 현수는 다행히 용서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버지였다.

“이, 이 녀석……!”

낯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버지는 말도 못 하고 현수를 노려만 보았다. 이대로 집으로 돌려보냈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 나는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정중히 부탁을 했고, 다행히 아버지도 시간을 갖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는지 허락을 했다. 그날 밤, 나는 현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토바이를 훔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침부터 아빠한테 성적 떨어졌다고 머리 맞고 학교 가려고 나와서 걷는데 오토바이가 보였어요. 그리고 잘 생각이 나질 않아요. 정신 차리고 보니까 달리고 있었어요.”

문제는 아버지와의 소통 불화였다. 아빠와의 불화로 사고를 일으킨 거였다.


다음 날 현수 부모님과 만난 나는 현수가 들려준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현수 엄마는 펑펑 울었고, 아빠는 망치로 한 대 크게 얻어맞은 얼굴이었다.

“현수 아버지, 현수가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현수 아빠는 눈시울이 뜨거워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자리에 있는 남자는 잘 나가는 대기업 간부도, 직원들에게 존경을 받는 상사도 아닌, 어린 자식을 둔 한없이 작은 아버지일 뿐이었다.

“나쁜 짓을 했으니 따끔하게 혼을 내셔야죠. 하지만 앞에서 때린 자식, 뒤에서 보듬으란 말이 있잖아요. 조금만 더 믿어주면 현수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다행히 현수의 일탈이 자신들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음을 자각한 부모님의 노력으로 오토바이 사건은 현수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평소 대화가 단절되었던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오토바이 사건은 최선의 결과로 일단락이 되는 듯했는데, 전혀 생각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현수에게 불량학생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던 것이다.


“어이, 오토바이. 너 오늘은 사고 안 쳤나 보네?”

“오토바이, 너 왜 학교에 와 앉아 있니?”

생각 없는 선생님들이 ‘오토바이’라고 부르며 놀려대 현수는 폭발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선생님 밉지?”

현수는 묵묵부답으로 강하게 긍정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선생님들 방법은 정말 잘못된 것 같아. 하지만 네가 참지 못하고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

“속은 시원하겠지만 상황만 더 나빠지겠죠. 선생님들은 학생이 대든다고 질타를 하실 테고, 친구들도 또 사고를 친다고 안 좋게 볼 테고, 부모님도 속이 상할 테고…… 그래서 저도 참고 있는 거예요.”

현수가 나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현수야, 비가 싫다고 네가 비 오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니? 비 오는 걸 멈추게 할 힘은 누구에게도 없어. 하지만 우산을 쓸지 안 쓸지는 네가 선택할 수 있잖아. 이번 일도 비슷하지 않을까? 네가 선생님을 바꿀 수 있니?”

현수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저었다.

“맞아. 선생님을 네 힘으로 바꾸기는 어려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가 생각을 바꾸면 그만이야. 선생님이 오토바이라고 놀리면 어때? 나는 이제 아닌데, 하고 당당하게 선생님을 대하는 거야. 그 정도는 네 힘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


현수는 며칠 뒤 자신을 놀리고 괴롭히는 선생님에게 자필로 장문의 편지를 썼다. 걱정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고, 앞으로 열심히 학교생활할 테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 편지를 보내지는 않았다. 편지를 쓰는 동안 생각이 차분히 정리가 되고, 시각을 바꾸게 되었기 때문이다.

“코치님 말처럼 제가 잘하면 언젠가는 선생님도 알아주시겠죠. 혹시 몰라주시더라도 상관하지 않으려고요. 어쨌든 제 인생이잖아요.”

“녀석, 이제 걱정 없다! 현수가 이렇게 어른스러운데 무슨 걱정이겠니?”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는가? 쓰러지고 넘어지며 자란다. 아프면서 큰다. 현수 역시 오토바이 사고 이후로 어엿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덧붙이자면 신기하게도 현수를 괴롭히던 선생님도 바뀌었다는 것. 나는 현수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마침내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였을 거라 확신하는데, 이를 ‘파동의 법칙’이라고 한다. 바로 마음의 에너지 파동이 미치는 영역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면 에너지가 미치는 영향력의 원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같은 파동으로 움직인다. 반대로 화를 내면 내 화가 미치는 공간은 부정적인 에너지에 휩싸이게 된다.


잘못한 아이를 질책하는 행동은 이제 그만하자. 아이는 사육장에 갇힌 동물이 아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우리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잘한 아이에게는 칭찬을, 잘못한 아이에게는 격려를!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아이들은 쇠사슬에 묶인 코끼리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