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긴 여름방학이 찾아온다.
그 시간 동안 한국 아이로서의 정체성을 찾아주기 위한 엄마의 노력이 시작된다.
엄마가 할 수 있는 노력이란...
아이에 맞는 학원을 알아봐 주는 것;;;
이번에 한국에 가면,
아이는 피아노를 계속 배우겠다고 했으며,
한국 아이들이 다니는 수학학원에 가서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보고 싶다고 했다.
나름 강남의 큰 학원에 아이의 수준을 적어 수업에 대한 문의를 넣고, 통화를 하게 되었다.
상담 실장님은,
수학은 그 학원에서는 같은 학년끼리 반을 만들어, 현행만 진행하지 선행 수업은 없다고 했다.
어머님, 대치동 같은 곳에 가시면 선행하는 반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만 보아도, 제 나이에 맞는 수학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대다수입니다.
코로나 때 아이들의 학습 역량이 많이 떨어져서 그게 지속되고, 이제야 조금씩 아이들이 치고 올라오는 느낌입니다.
엄한 선생님이 "숙제 여기까지 해와!"라고 무섭게 말하면
아이들이 울먹울먹 하며 "못 해요, 선생님." 이래요.
어머님, 너무나 송구스럽지만 저희 학원에는 아이가 찾는 반이 없네요.
혹시나 겨울방학은 기니까, 제가 이 번호를 꼭 기억해 두었다가,
겨울에 찾으시는 반이 개강하면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처럼 외국에 사는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한국에서 성행한다는 ‘세 번의 고시’(좋은 영어유치원에 보내려는 ‘4세 고시’, 초등 영어학원 입학을 위한 ‘7세 고시’, 황소수학 입학을 위한 ‘황소 고시’) 따위의 괴담을 들어온 탓에
아이들은 막 다 선행을 휙휙 나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은 제 수준에 속도를 맞추어 잘 가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 안심이다.
한국의 속도, 특히 교육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아 일견 버거웠더랬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옆집 엄마 교육에는 노터치하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너무 사교육 시장의 "어머님, 지금 시작해도 늦어요." 마케팅에 흔들려왔던 건 아닐까.
요즘 기말고사 기간인데, 아이가 시험을 잘 못 봤다길래 아침에 잔소리를 하며 보냈다.
한 하버드 출신 대치동 원장님이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해주라고 하셨다는데
(이 와중에 대치동 학원 원장님 말씀이라니;;;)
"누구나 장단점은 있어.
그거 못해도 괜찮아.
사람은 누구나 못하는 게 있어."
다음에 그 과목 시험을 못 봤다고 하면 나도 이렇게 호탕하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