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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경 Oct 17. 2021

취업하려고 연극을 시작했다고요? - Part 3

연극에서 나의 현재와 미래를 만났다.


Dana 선생님과 처음 얼굴을 본 날이였다.


드디어 첫 무대의 막이 오르고 관객들 앞에 서는 날. 나에게 이런 기회를 선물해주신 천사 Dana 선생님이 응원을 해주러 오셨다. 너무 감사한데 이미 선생님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터라 막상 공연때 선생님 얼굴을 보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무대 위에 서자마자 목이 딱 막혀버리는데 첫 대사부터 떨어버렸다. (심지어 녹화되는 무대였는데.. 감사하게도 그 떨리는 모습이 그대로 영상에 남았다.) 대사중에는 선생님에 대한 부분도 있었는데 이날까지 비밀로 했다가 당일 선생님께서 와서 보시고는 많이 우셨다고 했다. 무사히 첫무대가 끝나고 줌으로만 만났던 선생님을 만나자 서로 안고는 얼마나 펑펑 울어버렸는지. (아 지금도 그때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Playbill 안의 나. 내가 또 다른 나를 보는 느낌은 참 특별한 감정이였다.



무대위에 만난 진짜 나


바로 다음 무대는 가족 지인들만 초대하는 Opening Night 라는 특별한 무대였다. 연습하고 공연하는 세달동안 정말 많이 응원해주고 도와준 아이들과 남편이 오는 무대라 정말 말도 못하게 긴장했는데 아이들의 눈을 마주치자 아예 대사를 다 잊어버린것이다. 너무 당황해서 가만히 서있는데 객석 첫줄에 앉은, 나이는 어리지만 늘 나와 마주칠때 마다 응원을 해주던 조연출이 환하게 웃으며 입모양으로 계속 말을 건냈다.


“잘하고 있어 그레이스. 걱정하지마 천천히 해. “


다시 정신을 차리고 겨우 마무리를 하고 백스테이지로 돌아오자 뒤에 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오늘 정말 잘했다고 끝까지 한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너는 모를꺼라며 엄지를 들고 박수를 쳐주는 것이 아닌가.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연극을 마무리한 후 아이들을 만나러 리셉션으로 나가니 꽃단장을 한 아이들과 남편이 환하게 반겨주었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는 문제가 아니였다. 그냥 우리 엄마가 무대에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아이들은 기뻐했다.





엄마는 진짜 멋진 엄마야.
엄마 너무 brave 해.
어제의 피츠버그는 엄마를 몰랐지만,
집에가면 모두가 알꺼야



나를 존재로 바라봐주는 사람들. 늘  무언가를 ‘잘’ 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 학습되어 있던 인생인데 망가지고 실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충고와 야유가 아닌,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하는 응원을 진심을 다해 전해주는 이들 덕분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아무것도 아닌 나 이지만,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온전한 사람으로 채워져가는 것이 나라는 생각도.



This is America


이번 연극은 사람. 미국 안으로 들어가기 가장 두려웠던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갈 수 있도록 등을 내어주고 안아 들어올려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성별, 직업, 문화, 환경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였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이 연극을 통해 나로 대표되는 우리 (이민자, 소수자, 인종, 계층) 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기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서로를 대했다.


미국 사람은 ‘모두’가 이민자 이다. 오리지널 미국인이란 없다. 할머니의 할머니를 거슬러가면 모두 자유를 위해 바다를 건너 이곳에 온 이민지인 것이다. 자유의 나라 미국의 바탕은 존중에서 시작된다.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자유는 성립되지 않는다. 미국 안에는 말할 수 없이 많은 대립과 갈등이 있지만 이것이 분리를 위함이 아닌 하나가 되어가기 위해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자 함임을, 결국은 하나 ‘United’가 되기 위함임을 이 작은 극단안 작은 미국에서 볼 수 있었다.


마지막 공연날, 동료 연기자들과 함께


다른 이들은 쉬는 시간동안 너무 힘들어서 의자 드러누워 쉬기 바쁜때에서 타이밍을 맞추고 공부하는 훗날 UN 대사가 되고픈 열아홉 다니엘라, 늘 부끄러워 했던 스페니쉬가 섞인 영어 발음을 사랑하게 된 로라, 어학연수차 미국에 왔다가 터키 정부가 전재산을 몰수하고 체포 명령이 떨어서 귀국하지 못하고 결국 여행가방 하나 들고 미국 생활을 시작하게 된 세랍, 소말리아 난민 캠프에서 부터 시작해 지금도 쉬는 날 없이 일하면서도 소말리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나온 아웨이, 영어를 거의 못하지만 정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힙 할아버지 까지.


마지막 공연날 배우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부터 눈물 바람일 정도로 끈끈해졌던 이들.사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한 포스팅씩 될텐데 이렇게만 정리하는것이 아쉽지만. 이미 내 마음에 오롯히 새겨져 있는 이야기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것 같다.



말은 삶이 되었다.


사람을 선물받은 이번 연극은 나에게 말로 남았다. James가 두서없는 내 이야기를 듣고 내어준 대사는 내가 살아온 날들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 안에서 누구로 살아갈 것인지 담겨있었다. 앞으로 어떠한 변화들이 다가올지 모르지만 내가 경험할 세상에 대한 기대와 이미 나는 지금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확신이 담긴 말들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확언, Affirmation 이 되었다.



I Will find myself again in new way.

Invent, re-invent self.

In each new city, new country, new part of life.

Change is only thing I know certain will happen.

So I change and tell you a little of my life.

Maybe I be big star after this.

That is joke, but it has been honor talk to you.

I am proud I have passion and courage to do this.

We break walls together. Thank you.



그리고 이 확언과 함께 나는 다음으로 이어지는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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