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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밍웨이 Mar 04. 2024

오늘의 나

오래간만에 생각을 위한 글을 쓰게 된다.

정말 폭풍 전야의 삶을 살고 있는 연속이다.

겉으로는 정말 화창하고 맑은 날의 나날들....

그러나 이내 언젠가 폭풍이 덮쳐 모든 것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운다.

자책을 하게 된다.

나 스스로의 가치가 마치 수입이 없는 내 통장처럼 깎여만 간다.

작아지고 또 작아지고 아무것도 아닌데도 작아지고 뭔가 떳떳하질 못하고 큰소리를 내기는커녕 조용히 조용히 그리고 또 조용히 하게 된다.

기를 내기 위해 가끔 소리도 크게 내보고 활기찬 척해보지만 불 끄고 눕기만 하면 그것인 이내 다 바닥이 드러난 한 사람의 알몸을 덮기 위한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과 같다고 느껴진다.

자책을 하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오늘도 난 불 끄고 자리에 눕자마자 자책을 하게 됐다.

게을러지고 내가 하던 일에 대한 의심도 들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때마침 육아로 바쁜 날들이 이어졌고 그걸 핑계로 나의 퇴사 이유를 다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난 작아졌고 이런 여러 가지 일들로 나의 자신감은 다시 바닥을 찍기 전이다.

나의 상사도 아닌 사람들인데도 외부 사람과 만나게 되면 난 작아지게 된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된다.

서로의 직업이나 수입을 묻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나를 포함한 사람들을 비교하고 나 스스로가 작아진다. 

이전에 직장을 다닐 때는 그런 적이 없다. 그 누가 어떤 직장에 다니건 알빠 아니었다. 

하지만 나도 지금의 내가 왜 이러는지 도통 모르겠다.

왜 이럴까?

돈이 없고 궁하고 여러 가지를 하고 싶다. 생각도 있고 하고 싶다. 

하지만 알량한 돈을 벌기 위해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것도 아니고 다시 월급을 타기 위해 갓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를 학원으로 돌리고 8시까지 돌봄의 지옥으로 보낸다는 거도 마음이 참 아프다.

아침마다 맛있는 아침 챙겨 먹고 아빠랑 같이 손잡고 학교를 가고 재미있게 수업받고 다시 집에 와서 점심도 먹고 쉬다가 만들기 공방도 아빠가 데려다주고 어떤 날은 피아노도 가고 다시 집에 와서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끔 카페도 가서 엄마 몰래 데이트도 하고 그러는 사이 웃음이 베어 웃지 않아도 입꼬리가 자동으로 귀에 걸린 우리 딸아이의 모습을 볼 때면.... 그 행복을 망치고 싶지 않다.

내 인생 내가 제일 중요는 하지만.... 아이가 내 인생에 들어서며 내 인생의 우선순위 1위는 당분간 내가 아니다.

나의 이 우울함을 없애는 해결책은 정말 간단하다.

다시 일하고 거기서 나의 존재 이유 명예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진퇴양난이다.

속이 너무 답답하다. 그냥 나의 논리가 맞는지 따지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내 속의 이야기를 할 곳이 여기 나만의 브런치 밖에 없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못나 보이고 싶지 않다.

갇혀 있고 썩은 물이 되어 가는 나의 감정을 순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 좋아하던 게임도 때려치웠다.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 좋아하던 카지노 도박도 하다가 그냥 나왔다. 정말 믿기지 않게 그것 조차 무의미 하게 느껴졌다.

번아웃의 상위 버전 같다. 이걸 어떻게 타파해야 할지 모르겠다.

점점 내 주변 사람들과 연락도 끊게 되고 사이도 나빠지게 되고 나 스스로가 날카로워 대답하는 거 자체에 칼이 달린 대답을 날리고 있는 날 볼 때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내가 이전에 정말 싫어하던 인간의 유형에 내가 점차 수렴해가고 있었다.

이런 내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람 먼저 되어야 하는데 사람구실 못하는 내가 어떻게 내가 원하는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걸까?

이런 모습을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보고 배우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과 함께 다시 노력이라는 이름의 활짝 웃어 보이는 가면을 쓴다. 하지만 가면 안에서 나는 늘 우울해하고 울고 있다.

어느 날은 혼자 방 안에 있는데 울고 싶었다.

이전에는 그렇게 혼자 울고 싶은 날에 눈물도 잘 나더구먼......... 이제 그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

그 눈물조차 나의 곁을 떠나 간 모양이다. 

슬프다.

이런 바닥의 슬픔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 거 같다. 

언제 나의 이 우울한 시절은 끝나는 걸까 나중에 웃으면서 이런 시절도 있었다고 말하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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