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밍웨이 Mar 06. 2024

제안 제안 제안 제한

퇴사 전 회사 임원들과 퇴사에 대한 결론이 나오고 나서 나의 실제 회사 퇴사 까지는 한 달의 기간이 있었다.

사람들은 나의 자세한 퇴사 사유를 모른 체 그냥 퇴사하는 줄 알고 있었던 거 같다.

회사에서 퇴사 날짜를 받아두고 인수인계를 하고 있을 적에 나에게 제안이 하나 들어왔다.

고맙게 잘 아시는 분 소개로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일 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는 거였다.

하지만 회사 퇴사를 앞두고 다시 회사에 소속되기 싫어 그 제안을 정중히 사양하였다.

또 한 번도 퇴사 전 제안을 받았고 지인분 께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며 제안을 주셨다. 여러 가지 조건을 말씀 주시긴 하였지만 당기고 안 당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에서 일단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난 나오게 되었고 홀로 서기를 시도하였다.

그렇게 걷고 달리고 넘어지고 하던 게 1년. 1년 사이에 또 하나의 제안이 오게 되었다.

내가 몸 담고 있던 직종의 대리점 쪽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내가 사는 곳 근처 대리점인데 같이 일해볼 생각이 없나 하고 제안을 주셨다.

그 사이 난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너무 같은 직종이고 하던 일을 이어서 한다는 게 아직 까지는 싫은 느낌이 났기 때문에 그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였다.

다시 몇 개월 후 다른 쪽에 계시던 분이 연락 주셔서 한 회사에 한국 지사를 만들 예정이며 팀을 만들고 있는데 싱가포르 쪽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일단 연락 준다고 하고 나에게는 그 후에 말씀 주신 것이었다. 싱가포르 HR부서 사람과 몇 마디 나누고 그 자리에서 조건을 말하길래 거절할 기회로 생각하고 정중히 거절하였다. 

이렇게 나의 퇴사 후 1년 반은 그대로 흘러갔다.

거의 2년이 되었을 때쯤. 나의 길이 가시밭길은 건 알고 있었지만 나 스스로는 2년째 돈을 못 버는 사람으로 자존감이 몹시 떨어지고 있었다. 아내는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뭔가 불안하고 월급이라는 마약에 다시 손을 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나는 우리 집에서 불과 걸어서 10분 차 타고 3분 거리의 회사에 딱 내가 갈 수 있는 자리가 났길래 지원해 보았다. 

서류 전형 합격 후 면접을 보러 오라 해서 면접 전 와이프에게 이 사실을 오픈하고 알렸다.

와이프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나의 선택에 반대를 하였다.


사실 내가 취직을 해버리면 문제는 내가 가진 꿈을 포기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딸이 문제였다.

딸은 6살이었고 어린이집 일찍 끝나면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는데 항상 등하원과 그 여러 가지 활동에 내가 동반하여 매니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취직을 해버리면 6살짜리 딸아이는 7시까지 그냥 어린이집에 있었어야 했다. 

단순히 '시간으로 몇 시간 더 어린이집에 있는 게 어때서?'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3시에 하원할 때 표정과 7시에 하원할 때 표정은 천지 차이이고 부모의 마음 아픔정도가 다르다.

다른 누구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케어해 주면 좋겠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고 한 명이 그렇게 붙어 있어야 완성되는 퍼즐 같은 것이었다.


결국 난 정말 죄송하게도 면접을 보러 가지 못하였고 그 회사에도 정말 죄송한 마음을 담아 말씀드렸다.

나의 마음이 엄청나게 흔들렸던 때였다.


그렇게 1년 후 아시는 지인 분께서 연락을 주셨다. 스카우트 제의를 주셨지만........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간 딸은 예전보다 더 바빠졌고 나도 이제 내 사업의 의지가 예전보다 떨어진 상황에서 다시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려했는데 이런 스카우트 제의가 와버렸다.


한 명이 집을 케어하니 경제적으로는 좀 떨어질 순 있지만 집은 평화롭고 안정적인 느낌이 확실히 있다. 그러다 보니 이 행복을 깨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하지만 나 스스로 자존감을 지금 당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취업이다. 자존감과 활동성이 낮아진 지금, 가만히 앉아있어도 혼자 신세한탄의 느낌이 들며 나오지도 않던 눈물들이 눈알을 적시는 느낌이 드는 지금 나에게 그 제안은 잔잔한 호수에 돌하나 던진 느낌이다.

잔잔한 물결이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거대한 파도 같은 영향력.

고민이다. 마음은 그냥 취직하고 싶은데 머리는 그렇지 않다.

취직한다고 해도 행복이 보장되지 않고 자존감이 보장되지 않아서 더 고민이다.

지인분께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기 어려워 일단 하루 생각 좀 해본다고 하고 오늘 저녁 와이프에게 이야기해 볼 참이다.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