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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Dec 16. 2022

안노 미쓰마사의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

아이를 위해 책장을 마련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새 책장을 닦고 미리 사 둔 책을 꽂고 장난감도 넣어두었다. 정작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른다. 아직 어리니까. 언니와 통화하며 그 이야기를 했더니 언니가 말한다. 자신도 그렇게 아이를 키웠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혼자 큰 줄 알고 눈을 부릅뜨고 대들기도 한다고. 언니에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나도 아버지에게 불만이 있으며 가차 없이 말하니 조카와 다름이 없다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남편과 육아나 아이에 대해서 자주 얘기하곤 했다.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등등. 성향이 서로 달라 의견이 부딪히는 것도 있었지만 둘이 입을 모아 한 말은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는 아이로 키우자는 것이었다. 말대꾸하는 아이로 키우자였다. 그래서 셋이 서로 납득이 갈 때까지 서로를 설득하자고, 아이라고 절대 양보해 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남편은 말했다.      


그런 우리 부부에게 이 책은 중요한 책이다.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여야 한다.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생각한다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한 데카르트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모든 것을 한 번쯤은 의심해 볼 일입니다그것은 스스로 생각한다라는 것으로 연결됩니다.(p66)”     


“‘책을 읽는 것과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같은 말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자기의 생각을 키우는 것입니다.(p79)”     


나는 당신들이 늘 스스로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누가 무슨 말을 할지라도 들었던 말을 전부 믿지 않도록신문에서 읽은 것을 전부 믿지 않도록알아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도록자기의 눈으로 진실을 가려낼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어떤 문제에 대해 한쪽의 강력한 의견을 들었다면 다른 한쪽의 의견도 들어 보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세요.(p83)”   

  

남편은 자주 이런 표현을 쓴다. 자기는 어릴 때부터 의심이 많았다고. 그래서 아버지가 뭐라 하셔도 그걸 그냥 받아들인 적이 없고 왜? 꼭 그래야만 하는가?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사실 나도 그건 마찬가지다. 부모든 학교 선생님이든 아무리 권위 있는 사람이 말하더라도 순순히 맞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정말? 그게 최선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성향은 분명 어른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것이다. 남편도 그렇고 나도 이런 성향이 세상 살기 편하지 않다는 건 안다. 회사 생활도 편하지 않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을 세상은 더 좋아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삶이 모두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그 결과와 상관없이 만족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 읽기는 물론 나는 글쓰기도 더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타인의 생각을 듣고 그리고 글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그러면서 좋은 생각, 본받을 점들은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는 것들은 왜 인정할 수 없는가를 스스로 찾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면 실수할 수 밖에 없다.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고 고민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고뇌의 시간들이 분명 삶을 더 빛나고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우리 아이가 더 편하고 행복한 길을 가길 원하지만 그 길은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기에 아이가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렇게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이 더 있었다. 이건 아이를 향한 것이 아니라 부모인 나를 향한 메시지다.     


어린이가 성급하게 어른처럼 되기를 바라기보다는 어린이의 세계에 충분히 머물다가 예의 바르게 하는 것이 좋겠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p24~p25)”     


어른의 기준과 잣대에서 예의바르게 인사하지 않으면 버릇없다고 하는 건 잘못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어른이 정한 형식의 인사말과 대답만이 예의바름이라는 건 편협한 사고라는 저자의 지적이 신선하다. 생각해보면 맞다. 그저 낯설어서, 낯가림이 있어서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데 어른들은 형식적으로라도 행동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를 혼내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한번 되돌아보세요잘 들여다보면 부모가 자기 입장 때문에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어린이의 성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야단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p30)”   

  

이것 또한 내가 기억해야 할 문장이다. 언젠가 내가 아이를 야단치는 날이 온다면 그건 정말로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하는 잔소리인지 묻고 싶다. 그저 내 기분이 언짢아서, 화풀이까지는 아닐지라도 내 감정 때문은 아닌지 말이다. 아이에게뿐 아니라 남편이든 내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다. 기억해야만 하는 문장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문장도 아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다.     


학문은 재미있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학교가 재미없어진 것은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p57)”     


난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공부는 재미있는 것이다. 늘 좋아서 했다. 대학원을 간 것도 학력이 아니라 더 배우고 싶어서였고 일을 찾을 때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배우는 그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우리 아이도 배움이 즐거움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배움의 과정은 분명 괴로울 것이다. 잠과의 전쟁일 수도 있고 자신과의 싸움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고 세상의 시력이 좋아지는 그 순간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 된다. 그 경험을 아이에게 주고 싶다.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가 배움을 성적이나 등수라고 생각하지 않게 하고 싶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 또한 생각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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