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 Apr 06. 2023

천위안의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2>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중 ‘제갈량’ 시리즈 2편이다. 난 사실 이 시리즈의 책을 읽을 때도 서평을 쓸 때도 많이 조심스럽다. 삼국지에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저자는 왜 이 사람에게 주목했을까?’가 나의 관심사였다. 읽다 보면 ‘장점이 많네’라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는 찾아내지 못했다. 다행히 이 2편에서는 저자가 직접 ‘왜 제갈량인가’라는 점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서 그간의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왜 제갈량인가    

 

왜 제갈량이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와 역사를 통틀어 불세출의 영웅은 많다그중 지혜 하나로 난세를 이끈 사람은 제갈량이 독보적이다그의 집념과 현명함은 수세기를 지난 우리에게도 필요한 자산이 아닌가 싶다그의 심리를 따라가며 자세히 알아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p236)”      


아이의 이름에 ‘지혜’와 관련된 한자를 많이 쓰는 것만 봐도 지혜로움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나도 내 아이가, 나 자신이, 똑똑한 사람이기보다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식만 많은 사람이기보다는 슬기로운 사람이길 원한다. 저자는 제갈량의 이 점을 높이 산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제갈량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제갈량은 수십 년 동안 권력의 정점에 있었으나 단 한 번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리사욕을 채운 적이 없다청렴함이야말로 가장 높이 사는 평가 기준이다제갈량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p297)” 

   

특히나 요즘 같은 시기(정권)에 보면 자기 자신이나 가족, 측근을 위해 권력의 남용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연, 학연, 혈연. 이러한 단어가 명사로 존재하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 어려운 일을 제갈량은 해냈다. 그래서 저자는 제갈량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아무리 좋은 점이 많다 할지라도 제갈량도 사람이다. 저자도 말한다. 제갈량은 결코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완벽한 사람도 아니었다고.      


제갈량이 성공을 거둔 것은 그가 인간의 심리 법칙을 훤히 꿰뚫어보고 능수능란하게 활용한 덕분이다제갈량이 실수를 한 것도 그 또한 인간인 탓에 인간의 심리 법칙에 제약을 받은 탓이다.(p298)”     


이 문장을 읽으며 나의 남편을 떠올렸다. 결혼을 결심할 만큼 좋았던 장점이 함께 살고 함께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게 바로 단점이 되었다. 그건 아마 그 사람에게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장점만 있는 사람도 없고 단점만 있는 사람도 없다.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나 자신이 있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단점도 그의 위대함을 가릴 수 없고 오히려 인간미를 더하는 요소가 되었다.(p297)”      


그렇다. 단점은 장점의 뒷면으로 바라보면 ‘인간미’일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의 문제가 생길 때면 이 말을 떠올리곤 한다. 세상에 장점만 있는 사람도 없고 단점만 있는 사람도 없다고. 그저 내가 그 사람의 장점을 찾지 못해서 이렇게 힘든 것이라고.    

  

쓰기 위한 읽기     


나의 독서는 늘 이렇다. 쓰기 위해 읽는 건가 싶을 때가 많다. 나의 서평은 일기다. 그 시기, 그 상황을 담고 있다. 꼭 그 책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엄마도 사람이다’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사랑스럽지만 원하는 것을 알 수 없어 힘들 때도 많다. 엄마니까 모든 걸 받아주고 이해해주고 싶지만 엄마도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도 많다. 내가 그를 사랑했던 이유가 나를 화나게 하는 요소가 되는 남편을 바라볼 때도 그렇다. 글이 나를 살게 한다고 숨 쉬듯 말하곤 하지만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작가도 아니면서 써지지 않는 글에 괴로워한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한다. 괴롭지만 사랑한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하고 주저앉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제갈량도 인간이었다. 인간이었지만 그 안에 있는 빛나는 것들을 저자는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저자의 제갈량을 향한 애정이 담긴 책이다. 

작가의 이전글 수지 모건스턴 외 1인의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