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건 나인데 왜 그러세요

by 이채경



아직 49제를 보내지도 않았는데.

엄마, 나, 동생은 막내가 쓰던 방을 정리했다.

사진 몇 장, 아끼던 물건, 휴대폰은 남겨뒀다.

사치하지 않고 멋도 낼 줄 모르는 아이였지만

그래도 유품을 정리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더라.


잘 어울리냐며 입어보인 티셔츠,

사놓고 쓰지 못한 새 물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차,

소중히 담아둔 여자친구 선물,


무엇하나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슬픔으로 가득했지만

우린 약속이나 한 듯 분주하게 정리했다.


처음 겪어본 일이니까...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우릴 두고 별별 훈수가 이어진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인데.


"방 정리하지 말지 그랬어"
"책상에 음식 놓아주면 안 돼"
"천도재를 지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야속하기도 하지.

어린 사람이 세상을 등지니 미신이나 종교 이야기가 쏟아진다.


막내이모는 매일 눈물바람이라고 했다. 밥도 잘 못 먹는단다.

되레 실컷 위로를 받고서는 이것저것 훈수를 둔다.

그가 정작 막내 납골당엔 발도 딛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혹여나 한 맺힌 영혼에 해라도 입을 성 싶나 보다.


사촌언니; 펑펑 울었다고 했다.

막내와는 연락 한 번 않던 사람이다.

본인의 힘든 사정 탓에 잘못된 생각을 하기도 했단다.

우리 막내가 먼저 가지 않았으면 자신이 죽을 뻔 했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사람은 결국 이기적인 존재다.

이렇게 여겨야만 개의치 않고 넘어갈 텐데 말이다.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는 차가워진다.

세상이.. 미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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