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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기복이 심한 상사를 대하는 방법

사표 내? 말어?

by 퍼플슈룹
어떡해요. 또 시작했어요.
점심 먹을 때는 분명 괜찮았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이 됐어요.

순식간에 변한 상사의 모습을 보고 나에게 SOS를 친 직원. 다급한 직원을 뒤로한 채 난 상사에게 향했다. 의자를 뒤로 한껏 젖힌 채 씩씩대는 어깨를 보면서 뭔가 잘못됨을 직감했다.




나보다 8살 어린 직장 상사는 기분파다. 말이 좋아 기분파지 감정기복이 심하다. 본인이 기분 좋으면 모든 일이 일사천리. 예고 없이 회식하는 건 기본, 도망가면 다음 날 찬바람 쌩쌩. 백번 양보해서 이 정도는 참을만하다. 견디기 어려운 건 반대 상황이다. 그동안 괜찮았던 일에 태클 거는 건 기본, 한 번에 끝날 일을 세 번, 네 번 반복시킨다.


롤러코스터 같은 상사의 기분을 살피느라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모드. '이렇게 일하느니 사표 낼 거야!' 할 수 도 없는 현실. 지옥이 따로 없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첫째, 감정기본이 심한 사람들은 불안하고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감정 조절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대부분 자신이 예민한 걸 알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한다. 둘째, 상사에게 깨진 건지, 집안일로 기분이 나빠진 건지 원인을 찾는 것도 좋다. 셋째, 원인을 찾았다면 부드럽지만 능청스럽고 유연하게 응대하면 좋다. 예를 들어 내 상사는 여자였고,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잦은 갈등이 있었다. 상사의 힘든 마음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만으로도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긴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직장을 다녀야 하나?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아니다. 다 맞출 필요는 없다. 나 또한 부당함을 참지 않고 자주 싸웠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있는대로 쏟아내는 인류를 만나기 마련이다. 피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적당한 타협과 현명한 방법을 찾으면 좋지 않을까? 물론 사람과 상황, 조건에 따라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방법을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감정기복 심했던 상사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고, 결국 퇴사했다. 마지막 날 내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미안했어요."


화가 났지만 난 이런 다짐을 했다.

'덕분에 좋은 공부 했습니다. 난 당신 같은 상사가 되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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