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모니까 책임져야죠?

내 아이의 충격적인 말

by 퍼플슈룹

점심 먹고 동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나누던 중, 아이한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던 동료이야기다.


동료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최근 수입이 줄어들어 걱정이 많았다. 특히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겠다며 배우자마저 퇴직을 했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가 한 명이지만 학원비, 식비 등 들어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니 걱정이 하늘을 찔렀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술 한잔 기울이면서 고등학생인 아이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고 했다.

"아빠는 회사를 그만뒀고, 엄마는 요즘 일이 많이 줄었네. 그래서 걱정이 많다."

"그럼 돈 못 버는 거야? 나 고3이잖아. 학원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 엄마, 아빠가 부모니까 책임져야지!"


비수같이 꽂힌 아이의 말에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마음 아팠다던 동료. 사실, 아이에게 큰 공감을 바랐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날 선 답을 들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물론 아이가 청소년이고, 부모에게 절대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니,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긴다.


부모니까 자식을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대충 키우겠는가? 문제는 최선을 넘어 온몸을 갈아 넣는다는 점이다. 동료 또한 그랬다. 여행하면서 아이의 세계관을 넓히려 애썼고, 아이가 하고 싶다는 건 대부분 다 해줬다. 아이가 좌절이나 실패를 경험할까 전전긍긍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해주려고 한 끝에 돌아오는 건 싸늘함 뿐. 부모는 상처가 클 수밖에 없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란 말이 괜히 나오겠나?




한동안 자녀 마음을 읽어줘야 한다는 열풍이 심하게 불었다. 물론 지금도 진행형이다. 내 아이를 향한 무조건적인 공감으로 인해 타인에게 아무렇지 않게 상처 주고, 교권이 무너지고, 폭력이 무자비하게 이루어지는 걸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이야기에 "세상 말세야"하며 우리는 혀를 끌끌 차지만, 결국 그 끝에 부모가 있다.


"공감만이 정답이 아니다"라고 이호선 상담가는 한 강연에서 말했다. 최근 들어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자녀양육에 있어서 공감만 강조되고, 행동에 제한을 두지 않는 점을 비판하는 건 분명 지금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 아닐까?


물론 부모만 탓하는 것이 아니다. 무서운 부모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단호한 부모가 되라는 것이다.

"네가 숙제하는 게 힘든 건 알지. 하지만 숙제는 꼭 해야 하는 거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네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어."


주변에 자녀 훈육을 어려워하는 부모가 제법 많다. 아무리 훈육이 어려워도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분명 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해야 할 일은 참고 해내고,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료애 따윈 집어치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