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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모리 Oct 30. 2020

왜 내 연애는 '문제' 투성이 일까

관계 속의 문제아

직장에서 만나 5년 동안 서로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종종 만나면 너무나 즐거운 A가 있다. 우리는 함께 다니던 직장에서 선후임으로 만나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그 얼마 후 A가 그 직장을 그만둔 후에도 서로 왕래하며 좋은 관계를 지속했다.


그저 만나면 즐겁기만 하던 관계에 내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건 A가 몇 번의 연애에서 '실패'를 겪고 그 이유로 본인을 '문제'삼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직장에서 만난 A는 내 선임으로 일처리에 꼼꼼하고 똑 부러진 성격으로 기다 아니다가 확실해 결코 밑에 있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거나 상사를 답답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몇 년을 잘 다니던 직장을 크루즈 승무원이 되고 싶다며 과감하게 그만두었던 A를 보고, 나는 그녀의 결단력과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냈었다.


그랬던 A가 '연애'에 만큼은 문제아라니?

A의 연애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A의 기준에서 '성공'적인 연애란 결혼으로 종결되기 때문이었다. 결혼하지 않고 헤어지면 그 연애를 '실패'라는 것이 A의 생각이었다.

모험심과 도전정신이 남달랐던 A는 결혼 적령기가 조금씩 차면서 눈에 띄게 초조해졌다. 세간의 이목과 본인이 생각하는 연애의 목표가 '결혼' 이 되어버린 탓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각기 다른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겐 평생의 짝을 만나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는 게 커다란 목표일 수 있으며 그 결정을 충분히 존중한다.


그러나 A는 연애의 끝이 헤어짐으로 결말이 지어질 때면 언제나 문제점을 본인에게 돌리곤 했다. 그리고는 어느 날 나에게 이런 말을 꺼냈다.


'내가 결혼을 할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닌가?'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사람과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을 겪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와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결혼을 할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다니.

그동안 A가 했던 연애들을 되짚어보면 그렇게 섣불리 판단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일단 A는 연애를 빨리 시작한다. 연애를 금방 시작하지 못하면 초조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다가왔을 때, 그 사람이 나와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내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를 판단할 충분한 시간이 없이 서둘러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일단 사랑에 빠지면, 결혼을 계획한다. 연인에 대해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기기도 전에 결혼에 대해 계획하고 연인과 나누려고 한다. 혹은 연인이 이르게 꺼낸 결혼이라는 단어에 혼자 너무나 멀리까지 계획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 후 연인이 A의 계획에 부담을 느끼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 상처를 받기 일쑤였다.

같은 패턴의 연애로 몸도 마음도 몹시 지친 그녀에게 나는 그동안 내가 했던 방법 중에  효과를 봤던 몇 가지를 말해주었다. 스스로 단단해지는 방법. 누구에게나 관계로 인해 지치는 순간들이 온다. 그것이 연애를 통해서든 친구 혹은 가족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주변에서, 또는 많은 책들이 자존감을 높이라고 말한다. 자존감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존감이 손바닥만큼인지 한 팔에 다 안을 수 없을 만큼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나는 '자존감' 아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누가 자존감이 있고 없고의 척도를 정하는가. A는 끊임없이 본인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그녀에게 더 이상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그런 추상적인 감정과 의미 말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해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취미를 가져라

지속 가능한 취미를 가지는 것이 베스트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하나의 취미를 오래 해 본 적이 없다. 수영, 요가, 라틴댄스, 킥복싱, 기타, 뜨개질, 네일아트, 컬러링 금방 시작하고 금방 질리고 마는 성격이라 어느 궤도에 오를 때까지 해 본 것은 많지 않지만 취미는 확실히 인생에 윤활유 역할을 해 준다.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를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굴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이든 상관이 없지만 주변의 평가나 시선에 상관없이 본인이 즐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취미를 가진다면, 연애로 인해 잠시 쉬더라도 이별을 맞이 했을 때 취미를 재개하면서 즐거운 생활로 좀 더 빠르게 돌아올 수 있다.



두 번째, 혼자의 즐거움을 찾아라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의 즐거움을 찾아보는 방법이다. 혼자 남겨지면 급격히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와 만나야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주로 본인의 불안과 현재 감정을 타인과 나누고 나눔으로써 해소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런 방법은 종종 도움이 된다.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좋은 대화들은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다만, 지나치게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누군가를 만나 감정을 나누어야만 한다면 금방 의존적인 성격이 되기 쉽다. 의존성은 주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많이 영향을 나타내고 상대를 쉽게 지치게 만든다.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A가 물었다 '혼자 있는데 즐거운 게 뭐가 있어?'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볕이 좋은 날 집에 혼자 여유로운 시간에 빨래를 해보라고 권했다. 집안일은 보통 과업이 되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 즐거움을 느끼기 참 힘이 든다. 하지만 모두 하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꼭 해치워야 해서 빠르게 휙휙 하고 마는데, 그러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빨래를 돌리고 기다리는 동안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책을 읽거나 청소를 하고 다 돌아간 빨래를 천천히 건조대에 줄을 세워 너는 일련의 과정을 하다 보면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칭찬일기 쓰기

어느 책에서인가 읽은 내용인데 하루 중 내가 잘했던 일들 중 세 가지를 스스로 칭찬하는 일기를 쓰는 것이다. 사실 막상 저녁이 되어 내가 오늘 뭘 잘했지? 생각하고 있자면 찾기가 은근히 어렵다. 그래서 칭찬은 단순하고 심플하게 한 가지에 한 줄로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오늘 물을 많이 마셨다. 만원 지하철에서 자리를 빨리 찾았다. 손톱을 깨끗하게 깎았다. 정말 사소하지만 이렇게 세 가지를 쓰고 나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렵다.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관계라는 건 긴 언덕을 굴러가는 마차와 같다. 처음에는 굴리기에 힘이 좀 들지만 일단 언덕을 조금 내려오다 보면 가속도가 붙어 내가 손을 놓아버려도 바퀴는 계속해서 굴러간다. 그 관계가 좋던 나쁘던 일단 한번 가속도가 붙은 관계는 끊어내기가 참 어렵다. 그 마차에서 내리려고 하다 어쩌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혼자여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마차에서 내릴 용기도 쉽게 얻을 수 있고, 상처가 나더라도 금방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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