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 개발자의 비밀노트_부록1.
보관 온도에 따른 간편식_냉동, 냉장, 실온
5년전, 걱정스런 눈빛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인터뷰를 했던 한 소비자의 모습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냉동식품은 유통기한이 왜 이렇게 길까요? 혹시 보존료가 들어간 게 아닐까 걱정돼요.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 사주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그래서
“걱정 마세요. 보존료 넣지 않아도 유통기한을 길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냉동보관하기 때문이에요! 가족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찡긋” 이란 마음으로 20년 6월에 가정간편식사용설명서를 출간했다.
지금은 냉동 전문가로서 냉동 간편식을 주로 개발하고 있지만, 보관 온도별 간편식의 차이와 장단점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보았다.
@가열과 살균
음식은 고기나 채소와 양념 등의 식재료들을 ‘가열’하는 과정 중에 복잡한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맛이나 풍미를 좋게 하여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진다. 이렇게 만든 음식을 바로 먹으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유통하기 위해 많이 만들어 두고 저장을 위해서는 음식으로 만든 이후의 미생물 변화를 억제해야 한다. 그래서 ‘가열’의 과정은 살균이라는 원리로 원료 안의 미생물을 죽이거나 활동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살균 처리를 했더라도 보관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음식물에 자리를 잡고 증식할 수 있다. 물론 이로운 미생물은 발효라는 변화로 우리에게 이로운 물질을 생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균,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해로운 미생물은 독소를 가지고 있어 우리에게 식중독을 일으키거나 배탈이 나게 한다.
그래서 식품을 가공하는데 있어서 해로운 미생물을 제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온도를 제어하는 것은 식품의 보관 기간을 늘리는 대표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대부분의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한 온도는 25~35℃ 범위이다. 미생물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대체로 65℃ 이상 30분 이상 가열하면 죽거나 그 활성을 제어할 수 있다.
식품을 보관하는 온도 구간은 냉동, 냉장, 실온 이렇게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제품을 개발할 때 이것이 냉동, 냉장, 실온 보관인지부터 정하고 설계를 한다. 보관 온도에 따라 원재료의 처리에서 공정과 설비이용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관 온도에 대해 이해하면 간편식의 품질을 좀 더 좋은 상태로 이용할 수 있다.
@냉동 간편식
냉동이란 –18℃ 이하를 뜻하며, 이 온도에 보관되는 제품을 ‘냉동식품’이라고 한다. 마트에 가면 냉동고 안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냉동식품의 경우 집에서 조리를 하듯 70℃ 이상의 온도에 몇 분 이상 가열 조리한 후 –18℃ 이하의 온도로 제품을 냉동한다. 이 경우 식품 안의 모든 변화들이 거의 정지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되면 보존료를 넣지 않아도 유통기한이 길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음식물 세포 내부의 물은 얼면서 부피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근처에 생성된 얼음 알갱이와도 합쳐진 얼음 알갱이는 원재료의 세포벽을 변형시켜 자리 잡는다.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 가열을 하면 커진 얼음은 물로 다시 녹으면서 원재료의 세포가 변형이 된다. 그 결과 냉동했던 채소가 무르거나 고기가 질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냉동 간편식을 개발할 경우에는 생채소를 그대로 섭취해야하는 경우에는 채소를 과감하게 삭제한다(간혹, 조리 과정에 넣는 채소는 선택적으로 냉동채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추후에 “양배추를 채썰어 곁들여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등의 조리법으로 안내한다.
최근에는 급속 냉동 기술을 이용하여 얼음 알갱이가 커지는 것을 최소화 하여 제품을 얼린다. 그래서 비교적 집에서 한 것과 같은 품질의 제품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냉동 제품은 냉동의 온도 환경을 유지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녹기도 하고, 냉동고가 작은 경우에는 보관하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다.
@실온 간편식
실온이란 1~35℃를 말하며 이 온도에 보관하는 제품을 ‘실온식품’이라고 한다. 국, 탕, 병소스, 3분 카레와 같이 마트의 일반 진열대에서 볼 수 있다. 실온 구간은 미생물의 증식 활동이 활발한 온도인 25~35℃를 포함하는데, 어떻게 식품을 이 온도에 보관할 수 있는 것일까?
바로 그 미생물을 아예 사멸시키는 멸균 공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해로운 미생물을 멸균시키기 위해서는 레토르트(Retort)라는 설비를 사용한다. 레토르트라는 커다란 압력 밥솥과 같은 설비로써, 고압으로 100~120℃ 수준의 수증기를 생성하여 제품을 몇 분 동안 가열할 수 있는 설비이다. 이때 제품은 이러한 상태를 견디는 특수한 포장 용기에 담아 밀봉한다.
그렇게 되면 포장재 안의 식품에 있던 미생물은 사멸되었으며 포장재가 뜯어지기 전까지 그 상태는 유지된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많이 사다가 선반에 쟁여 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높은 온도로 가열하기 때문에 고기나 채소 식감이 달라질 수 있으며, 특유의 좋지 않는 향이 날 수도 있다. 그리고 일단 포장재를 뜯으면 그 이후에는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최근에는 가공 기술이 발달하여 이러한 처리를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품질을 즐길 수 있는 국이나 탕류, 죽 등의 제품이 나와 있기도 하다.
@냉장 간편식
냉장이란 0~15℃ 말하며, 이 온도에 보관하는 제품을 ‘냉장제품’이라고 한다. 마트에 가면 서늘한 냉장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는 우유, 치즈, 햄, 채소가 소분 되어 있는 밀키트 등을 볼 수 있다. 냉장제품은 냉동 제품의 가열 수준 이상이면서도 실온 제품의 가열 수준보다 약한 정도로 가열한다(레토르트 설비 사용으로 실온보다 덜 가혹한 살균 조건으로 세팅). 또한 장아찌처럼 식초, 소금, 설탕 등으로 환경을 제어하여 미생물이 생존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한다.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은 며칠이나 몇 주, 길게는 1-2개월 정도로 실온이나 냉동 제품에 비해서는 짧은 수준이다. 하지만 짧은 시일 내에 섭취하고자 하면 냉장 제품이 편리하다. 편의점의 도시락, 김밥, 삼각김밥 등이 주로 냉장 보관 제품이다. 제품의 주원료인 밥은 냉장 온도에서 딱딱해지는 노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바로 찬밥이 맛이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제품을 구매한 후 보관온도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 냉동 소고기 비빔밥이 쉬었다는 클레임이 발생 되었다.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근처 편의점 몇군데를 돌아다니며
냉동 소고기 비빔밥을 구매해서 먹어보았다. 쉰내는 커녕 맛만 좋았다.
그런데 쉰내가 난다 는 클레임이 또 발생되었다. 그래서 이번엔는 그 클레임이 발생한 편의점에 방문해서
해당 제품을 구매하려고 찾는데, 아니 왠걸, 냉동고에 있어야할 제품이 냉장고에 있는것이 아닌가...
이유인 즉, 편의점 직원 분이 디자인만 보고 (보관온도를 확인하지 않고) 이 제품은 냉장이겠거니 하고 냉장고에 진열했던것이다.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지 라며 황당했던 나는 그 자리에서 제품 포장재에서 보관온도를 찾는데,
개발담당자인 나도 '-18℃ 이하 냉동보관' 이란 단어가 너무나 작아서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바로 담당자에게 전달해서 냉동 보관 이란 글자와 얼음 이미지를 스티커로 제작해서 가장 잘보이는 전면에 부착하는 것으로
클레임을 해결한 적이 있다.
이렇게, 보관 온도가 중요하다.
간편식을 개발하시는 분들은 제품 설계부터 보관 온도를 꼭 염두하시고,
간편식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꼭 후면 정보란에 보관온도를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