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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사 B Jul 31. 2021

휴가를 대하는 자세

걱정은 그만두고 산멍이나 하자!

올해 휴가도 어김없이 철원에 왔다.

은퇴하신 부모님이 철원에 세컨드 하우스를 지으시고

주말마다 밭을 일구시는 재미를 즐기신다.


집에서부터는 140km,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와야겠다 생각이 드는 건

일상이 녹녹치 않다는 신호다.


파랑새를 쫓아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경력직으로 부단히 적응하느라 겪는 희로애락에

결국 파랑새는 없구나, 회사는 회사구나 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까라면 까 식의 수직적인 조직관계,

커리어에 있어 느끼는 유리천장,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 뱀의 머리가 되어보고자

대기업의 쾌적한 근무환경을 당차게 박차고 나왔다.


물론 업무강도도 줄고

책임과 권한이 늘어나고

꿈이던 셰프들과 협업도 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RMR(restaurant meal  replcement)을 몸으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 스타일로 만드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즐기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는

어색하게 느껴진다.

위에서 뭐라고 할 사람이 없지만,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도 있다 보니

팀원을 일일이 설득을 해야 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ㅠ^ㅠ

젊은 조직에 경력직 시니어 축에 속하다 보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진다.


평소 공감이 잘되는 예민함 덕분에(?)

시시때때로 필요 이상으로 개개인에게 공감하다 보니

감정 노동도 만만치 않다.


결국 서로서로 신뢰할만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그 과정 중에 서 있자니

사소한 에피소드에도 쉽게 지친다.


이 경치를 보러 140km를 달려온다. 철원 자등리

산멍을 하는 와중에도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왜 이렇게 예민할까? 적성에 안 맞나? 왜 그렇게 말했지? 내가 문제인가? 다른 조직을 찾아야 하나? 일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내 문제인가 쟤 문제인가?

내 브랜드를 갖고 싶다. 여기 더 있고 싶다.

집에 가기 싫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이 와중에 지맘 몰라준다고,

눈물이 안 멈춘다고,

꺼이꺼이 우는 딸내미를 보면

마음이 서글프다.


저 녀석도 세상 살기 녹록지 않겠다.

왜 저런 건 닮아가지고...


아직 나도 어른이 된 거 같진 않은데

어른 역할을 하려다 보니

내 마음의 어린아이가 불쑥 나오기도 한다.


40대가 되면 좀 나아지려나...


어린아이와 어른 사이 그 어디쯤에서...


#휴가 #철원 #산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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