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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사 B Jul 31. 2021

철원에 가면...

건강밥상과 가정간편식의 상관관계

철원 세컨드 하우스에서 맛볼 수 있는 식단은 다음과 같다.

돌판과 목살

일단 돌판에 고기를 굽는다.

목살, 삼겹살 뭐든 상관없다.

가끔 가지도 따와서 가장자리에 숭덩숭덩 잘라 구우면 진심 살살 녹는다.


앞마당에서 상추, 깻잎, 케일 등을 따와서 씻는다. 토마토는 아침이슬 맞으며 따왔다. 토마토 킬러인 딸내미가 한참 먹고 남았다.

막따온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부추전

역시 앞마당에서 호박, 깻잎, 부추를 따서 총총 채 썰어서 계란 한 개와 부침가루로 쉐킷 쉐킷 반죽 만들어 지져낸다.

나이 들면서 좋아지는 부침개는 집에서 맛있게 부치기가 정말 어렵다.

묵은 파김치와 곰취장아찌

이때부터 엄마 머릿속에서는 고기와 잘 어울리는 반찬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입맛 개운하게 하는 묵은 파김치와 평창에서 공수한 곰취로 만든 장아찌가 엄마 보물창고에서 나온다.

묵은지와 찬밥으로 돼지기름에 볶은 볶음밥. 따뜻한 불판에 고기와 부치미를 두고두고 먹는다.

철원에 오는 두 번째 이유다.

매일 7첩 반상을 차리는 울 엄마는 지치지도 않으신지

철원에 와서 기른 각종 푸성귀와 채소로

뚝딱 만들어 내신다. 환갑이 넘으셨는데, 지칠 만도 하실 텐데, 부엌에서부터 은퇴하실 만도 한데 아직까지 정성 밥상을 차리신다.


소싯적에 요리사를 꿈꾸던 나는 이제는 요린이가 되었다. 맞벌이 워킹맘이 되어버린 것이다. 요리는 그 정성 한 스푼이 필수인데, 알지만 그것을 쥐어짤 여력이 없어진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친정 냉장고에서 엄마표 반찬을 훔쳐오는(?) 예쁜 도둑이다.


물론 이런 내가 가공식품 회사에 입사하여 제품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평소에 잘 먹지 않았던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할 때마다 내가 가진 음식에 대한 신념에 반하는  행동이나 의사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선배는 나에게 너는 집밥 스타일이지 가공식품 스타일은 아니라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런 정성 밥상 맛을 알고 있는 나는 가정간편식 전문가로서 그 재능을 접목시킬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 수많은 가정간편식들 중에서

심심한 맛을 내고,

비교적 건강 재료를 사용하고,

때로는 적당히 맛있는 제품을

알아보고 찾아낼 줄 아는 것이다.


오죽하면 가정간편식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싱겁고 담백해서 맛이 없다고 느낄 지경이다...


적당히 자극적인 음식도 먹고, 담백하고 가벼운 음식을 찾아서 먹을 줄 아는 스킬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 관리가 잘되는 공장을 알아보는 전문적 기술이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ㅋㅋㅋ(^^;;)


이런 내 능력을 세상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고 싶다.


#철원 #건강밥상 #가정간편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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