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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티니블루 Dec 25. 2022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2022)

오늘의 책 리뷰


답답했던 마음이 가게 문을 열고 나오며 풀리는 순간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저자 : 가토 겐

출판 연도 : 2022년


"내일은 분명 특별한 일이 생길 거야. 그동안의 우중충한 잿빛 나날을 뒤바꿀 멋진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앞으로 다채로운 나날이 펼쳐질 거야. 틀림없어."


처음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단순히 표지가 예뻐서였다. 소박한 가게 정문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도시락들, 그리고 앞치마와 모자를 쓰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있는 가게 주인까지... 소소한 에피소드로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그 생각은 달라졌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 어느 도시락 가게에서 주었던 경품은 손님들에게 중요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이 책을 읽고 있는 오늘의 나 자신에게도 커다란 감명을 주었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사람들과의 인연들, 그리고 움츠렸던 과거의 나를 한 번쯤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인물들과 그 내용이 너무나 현실적이면서도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 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주먹밥 두 덩이 손님과 닭튀김 도시락 손님, 김 도시락 소녀, 택시기사 손님이 1장부터 4장까지의 주인공이다. 이 등장인물들은 '커스터드'라는 도시락 가게를 통해 특별한 변화를 겪게 된다. 매일 도시락 가게를 이용하던 이 손님들에게 각자 의미 있는 경품을 제공하여 그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 마지막 5장의 주인공인 도시락 가게 주인의 딸, 히나타이다.


히나타에게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쌓인 짐을 덜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도시락을 구매하는 손님들에게 포인트를 제공하여 전부 모으게 되면 각자에게 딱 맞는 특별한 경품을 증정하였다. 그리고 그 경품은 각 손님들에게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주게 된다.  


손님들이 경품을 받았을 때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은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동일한 의문을 갖게 한다. "왜 이 경품을 주는 걸까?", "이 경품은 손님에게 어떤 의미인 걸까?" 하는 궁금증이다. 하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그 경품을 통해 결국 마음속의 후회를 풀어가는 모습을 통해 마치 내가 손님이 된 것 마냥 감정이 이입되었고, 한편으로는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4장의 택시기사는 조금 더 특별한 에피소드를 겪게 된다. 우연히 태우게 된 딸을 가진 손님과의 동행, 그리고 그 사건은 5장에서 커스터드 가게 주인의 딸 히나타와 이어진다. 그동안 상상으로만 생각했었던 운명이라는 끈이 인연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마음 한 켠의 후회라는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상이 누군가에게는 친구나 연인과의 관계, 또는 소중하게 키웠던 반려동물, 그게 아니면 어떤 행동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모두 다 돌이켜보면 소중한 기억들이기에 그 순간만큼은 후회 없이 지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와 교류할 수 없거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지라도 그것에 얽매여 후회라는 감정으로 남겨둘 필요도 없다. 후회가 되는 기억이 있다면 그저 있는 그대로 추억으로 받아들이거나, 이를 발판 삼아 더 나아질 나를 위해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도시락 가게에서 주었던 경품이 주는 진짜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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