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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ctober Oct 14. 2020

우는 당신을 바라보며

부치지 못한 편지


해질녘 부다페스트





"A, 요즘도 잘 만나고 있어?"

라는 너의 말, 심상치 않은 표정 그 표정을 보고 눈치챘어야 했는데, 나는 바보처럼 준비된 말을 했어.


"그럼, 잘 만나고 있지."

이 말을 내뱉은 지 몇 초가 되었을까 너는 그 작은 입술로 말했어.


"나 다시는 연애 안 할래."

너의 표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슬픔이 내 머리를 가슴을 마구 휘젓더라. 이내 떨어지는, 떨어져 버리는 네 눈물에 내 억장도 무너져 내렸어.


당신도 헤어졌구나. 숱한 이별 중에 지금처럼 슬픈 이별은 처음이라는 당신은, 너무나도 슬픈 표정으로 이별의 이유를 말했어. 언제나처럼 솔직하고 담백하게, 당신스럽게 그 슬픈 이유를 말했지.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사랑하다 헤어지는 이유가 뭐 그리 대단하겠어. 다 거기서 거기지 당신도, 나도 결국은 같은 이유로 이별을 맞이한 거지. 세모를 원하는 사람이 네모를 주는 사람을 만나 결국은 하나가 될 수 없었다는 그런 결말, 그런 뻔한 스토리. 당신을 품에 안고 토닥이고 싶었는데,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의 슬픔을 몽땅 가져가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아니,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 그저 슬픈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수 밖에 없더라. 엉엉 울지도 못하고 흐르는 눈물을 닦는 당신을 보는데, 너무 아프더라. 그래서 나도 울었어. 나까지 당신 앞에서 울면 안 되니까 마음으로만 울었어. 나는 당신이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어. 마음껏 소리 내 울어. 우는 게 창피하다고 하면 내가 가려줄 거고, 토닥임이 필요하다면 토닥여 줄 거야. 당신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할 게.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응원하는 사람이,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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