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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드려도 될까요? 그 후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2025.10.16- 10.19

by 잠시 동안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 글을 꺼내기까지, 오래 망설였습니다.

괜히 민폐가 되진 않을까, 아무도 응답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자꾸 앞섰습니다.

그 마음속엔 간절함보다도 더 큰 ‘궁금함’이 있었습니다. 9월 18일,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에 제 글이 전시된다는 알림을 받았을 때, 믿기지 않을 만큼 기뻤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켠이 아렸습니다. 지금 저는 미국 맨해튼에 살고 있지만,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와 장애로 인해 여전히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제 글이 전시된 공간을 직접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그토록 반가운 소식 속에서도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조심스럽게 글을 남겼습니다.


혹시 전시 기간 중 방문하시는 작가님들 중에, 제 글이 전시된 모습을 보게 되신다면, 사진으로 보내주실 수 있을지 여쭈어보는 글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해보는, 허공을 향한 부탁의 메시지 같았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다만 같은 플랫폼에서 글을 쓰는 작가님들에게 정말 작은 희망 하나를 걸고 올린 글이었습니다. 혹시 아무도 응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 깊은 곳엔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봐 줬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 작가님께서 정성스러운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전시장에 방문하실 예정이라고, 노력해 보겠다는 따뜻한 말씀과 함께 전시장 정보를 볼 수 있는 링크들까지 공유해 주셨습니다. 상상하지 못했던 감사와 배려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메일을 보내셨다는 댓글을 또 받았습니다. 이메일을 열어본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직접 그 자리에 갈 수는 없었지만, 그 사진 속에서 저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맨해튼에서, 제 글이 걸린 그 전시 공간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분이 보내주신 사진 한 장, 한 장은 제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자,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잊지 못할, 제 인생의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득, 제 마음 한켠에서 그동안 조용히 나누어 온 작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이번 일이, 그 모든 나눔의 마음에 대한 하늘의 작은 응답이 아닐까 —

지나온 삶의 기억들과 상상들이 겹쳐졌습니다.

앞으로도 이 마음을 잊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 따뜻함을 계속해서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누고 싶습니다.

“금강이 집사 작가님”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보내주신 사진 한 장, 한 장이 좌절 속에 있던 제 삶에 '살아 있어 다행이다’라는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또 함께 걸어온 모든 브런치 작가님들, 그리고 늘 따뜻한 응원과 기회를 주시는 브런치 팀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멀리 있어도, 몸이 자유롭지 않아도, 이렇게 연결되고,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브런치라는 공간을 해 다시금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금강이 집사 작가님께서 보내주신 여러 사진 중 일부입니다. 글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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