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1
"엄마아빠! 조금만 기다려~ 금방 올게......."
딸은 친구 만나고 곧 돌아온다고 말하며 공항 커피숍으로 갔다.
이번 여행은 아내 회갑 기념으로 큰딸이 효도관광을 해주며 같이 동행했다.
아내와 함께 몽골여행에 가는 것이다.
큰딸이 여행가이드로 부모님을 챙겨 주기에 엄청 수월하다.
큰딸은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 방면은 전문가이다.
직장 출근해 돈벌이가 여행을 가기 위해서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하지만, 큰딸은 지구 곳곳 중에 웬만한 곳은 다 다녀왔다.
어쨌든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 일이다.
아빠나 엄마는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여행에 관련 비자, 숙박, 통화나 환전, 비행기 탑승, 예약,
예산 등 모든 제반사항을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다.
몽골도 처음이지만, 딸과 함께하니 마음 든든하다.
몽골은 생각보다 비행기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3~4시간 정도로 걸렸는데, 진작 탑승 대기시간과 출국 심사 등 시간이 배로 걸렸다.
어쨌든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에 살짝 긴장이 되었고, 설레었다.
딸이 친구와 함께, 친구 가족들을 인사시켰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우리 엄마와 이모들이에요."
"아~예! 안녕하세요."
서로 상견례하며 유쾌한 표정으로 함께 자리에 앉았다.
정공은 딸 친구 가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가족 중에 비구니 스님으로 보이는 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님 복장은 아니고 평복을 입었지만, 스님 같았다.
"혹시, 스님이 아니신가요?"
"맞습니다, 경주 근처에 본사가 있지요."
"아!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정공은 유달리 반가운 마음이 일어 친근감을 표했다.
몽골에 도착한 시간은 한 밤중이었다.
숙소는 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 걸리는 곳이다 보니, 새벽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었다.
가축을 모는 현지인들과 소떼들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갔다.
아! 너무나 아름답고 신선하며 황홀하기까지 했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풍광을 보며, 정공은 넋을 잃었다.
자연이 펼치는 대 파노라마는 정말 일대사 장관이었다.
광활한 초원평야에 펼쳐지는 파노라마가............
유목민의 전통적인 집, 게르와 가축 등 모든 게 너무나 이색적이며 새로웠다.
자유스럽고 평화로운 사람과 동물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초원의 일상, 자연 속에서 그저 눈감고 지긋이 잠을 청하는 것과 같이 여유자 족하다고나 할까.
한가로이 풀을 뜯는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도 별로 힘들어하는 것 없이 평온 그 자체였다.
유순한 동물과 아주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할까.
많은 동물과 초원평야에서 이처럼 일을 한다는 게 수월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여유 있는 표정과 자유스러움은 차라리 자연 속의 하나의 일부라고 단정 지었다
세 자매는 같은 게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르에 위치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대자연의 초원을 보고 있노라니, 넋이 나갔다.
오후에는 근처 불교사원에 갔었다.
스님은 연일 즐거운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런데 가이드의 이야기를 듣고 이내 즐거움이 사라졌다.
그것은 불교탄압 역사이야기인데 40만 명의 불교도를 학살한 이야기였다.
정공은 가이드의 이야기를 듣고 순간, 안타까운 마음과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이드는 계속 슬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스님 등 불교관련된 사람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고 잡아 죽였어요.........."
40만 명이나 되는 승려 및 불교와 관련된 사람들을 학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과 함께 몸소리쳤다.
정공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슬며시 치밀어 올랐다.
"공산주의자들은 지식층이나 귀족 등 사회 엘리트를 노렸어요,
귀족, 승려, 지식층 등 놀고먹는다는 악질부르주아라고 생각이 들었겠죠."
공산주의 독재자 스탈린 시대에서 자행된 국가폭력이었다.
너무 슬픈 역사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왜 그렇게 극악무도하게 무차별 학살을 자행했나요?"
"공산주의자들은 망치나 낫을 가진 노동자를 제외한 귀족, 승려, 자본주의자들을 악질분자로 취급했어요."
"학살을 자행한 자들은 독재자 스탈린과 추종세력들이었군요."
역사를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에 비슷한 대한민국 역사가 떠 올랐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역사를 지녔다고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차지한 조선왕조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많은 승려들을 탄압했었다.
조선이 망한 후, 일제 강점기를 거쳐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까지............
몽골에서 하루 여행을 끝난 후 숙소에 돌아오니 한 밤중이었다.
여장을 풀고 있는데, 세 자매 일행이 찾아왔다.
빨리 나와봐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구경하자고 했다.
참으로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한 별들의 축제였다.
새벽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에 뜨락으로 나왔었다.
게르 앞 의자에 앉은 지 두어 시간, 은하수가 하늘 한가운데에 은가루를 뿌린 듯 펼쳐지고 있었다.
은하수 별빛 축제가 수억광년 아득한 곳에서 바로 머리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이 광경을 목격한 정공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아 ~ ~ 아! “
너무도 싱그럽고 찬연하다. 우주의 신비가 가슴에 와닿는다.
결코 듣고 보고 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말 그대로 시공을 초월한 여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정공은 세 자매 일행들과 굿 나이트인사를 나눈 뒤, 게르 안으로 들어왔다.
잠을 청했지만 너무 아름답고 가슴이 설레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번 여행을 통해서 시공을 초월한 문화와 역사를 경험했다.
그것은 시대를 초월한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가 볼 수 있는 말 그대로 타임머신과도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과 나라마다 사람들 및 풍습은 동질적인 면도 있었지만 새롭고 이질적인 면도 있었다.
내일은 또 어떤 스케줄이 무엇으로 매료시킬 것인가~ 벌써 기대감에 가슴 설렌다.
일정별 새로운 풍광과 경이로움에 가이드와 일정표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