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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포레스트 Feb 10. 2024

새로운 곳으로 떠날 준비

끝나지 않는 우여곡절 속에서 출발하기



집에서 버스로 3 정거장인 거리에 공항버스 정류장이 있다. 빠르게 걸으면 10분 정도인 거리.

어차피 비행기에 오래 앉아있을 예정이고 날씨도 좋아서 걸어가기로 한다. 매번 지나가면서 여행을 기다리는 자들을 보며 부럽네~하고 지나갔던 정류장에 오늘은 내가 서있다. 시간이 느슨하게 남아서 커피를 살까 하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열지 않았길래 아침밥으로 때울 음식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 어라? 이게 무슨!

며칠 전까지 잘 열려있던 편의점이 내부 수리 중이라는 팻말로 나를 맞이했다. 다른 편의점은 공항버스정류장 건널목에 있는데 거기까지 다녀오면 늦을 거 같아서 그냥 굶기로 한다. 비록 배는 고프지만 마음이 든든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서서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물론 3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정류장에 서있었으니 지나간 건 아닐 텐데. 혹시나 예매를 잘못했나? 시간을 잘못 봤나? 하는 걱정들이 쌓일 때쯤 버스가 나타났다. 다행이야.


약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 타면 푹 잘 것을 생각하고 새벽까지 놀았기에 버스에서도 숙면을 취했다. 버스에서 짐을 찾고 넉넉한 시간에 내려 공항 구경을 하고자 빠르게 들어갔다. 이제 체크인을 하고 수하물 맡기기 바로 직전에 캐리어 비밀번호가 000인 게 걱정되어 바꾸는 법을 생각해 봤다. 이것저것 만져보기도 하고 상표 이름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다른 캐리어 비밀번호 변경 방법도 쳐보면서 도전했는데 결국 바꾸지 못했고 오히려 고장이 나 패닉이 왔다. 캐리어가 잠기지 않는다.


나는 여분의 자물쇠도 준비하지 않았고 고무줄도 없다.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며 이리저리 다시 딸깍거리며 열어보기도 하고 조금 화난 마음에 자물쇠 부분을 쾅 내려쳤는데 고쳐졌다. 이게 되는구나…

조심스럽게 다시 000으로 잠그기로 했다. 비밀번호까지는 나의 욕심이었구나.

그래도 혹시 열릴 것을 대비하여 가지고 있던 짐에서 끈 하나를 풀어서 둘둘 묶었다. 제발 무사히 유럽에서 보자.



평일아침이라 공항은 한적했다. 많은 카운터들이 아직 오픈 전이기도 했고 내가 타는 비행기에도 사람이 많지는 않은지 5분 만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셀프 체크인도 좋기는 한데, 나는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고 하는 일들이 더 좋았다.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고 짐을 맡기며 런던 공항에서 벌써 열려있을 캐리어를 상상하며 면세점으로 들어간다.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를 바라보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나 또한 그런 사람일까?

남이 보는 나는 기대에 부푼 마음이 녹아있는 사람일까? 혼자 떠나는 여행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일까?


이것저것 둘러보며 여행 간다고 받았던 용돈으로 선글라스를 하나 샀다.

목베개를 미리 준비할까 싶다 공항에서 19000원에 파는 것을 보고 30분 동안 고민하다 다시 내려놓기도 했다.

이 금액이면 여행지에서 더 필요한 걸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조금 불편하면 된다 다짐하곤 뒤돌아선다.

아직 열리지 않는 카운터 앞에 기대어 쉰다. 창가에는 벌써 떠나는 비행기들이 하늘 높이 멀어지고 있다.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나보다 이른 설렘을 가지고 떠나는구나. 눈을 감고 공항 속 소음에 귀를 맡긴다.


- 사진은 직접 촬영했습니다. Fuji x t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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