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꿈이었으면 좋겠다.
계절의 문턱을 지날 때마다 '이제는' 하는 마음을 내심 품었다. 일상으로의 회귀가 손에 잡힐 듯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코로나 일상’이 되어 모두에게 자리잡았다.
4년 간의 휴직 이후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 출근한 직장은 생경했다. 온전히 아이들의 엄마로 살 수 있었던 시간 동안 쌓인 경험으로 충분히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호기로움 너머에 있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내 한 몸 단장하고 문을 나서던 커리어우먼은 온데간데없었다. 두 아이 뒤치다꺼리 후 출근하고 나서야 옷자락에 찰기가 사라져가는 채로 붙어있는 밥풀을 떼어내는 쪼글한 현실이 나의 위치를 확인시켜주곤 했다.
거기에 더해 코로나로 인해 한 달에도 몇 번씩 바뀌는 아이들의 어린이집, 유치원 등원 일정으로 남편과 돌봄휴가를 번갈아 쓰며 하루살이 심정으로 근근히 버텨내갔다. 무사히 등원시키고 도착한 직장에서 내게 요구하는 모습은 4년 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언택트 시대에 걸맞는 감쪽같은 변화에 대한 요청은 12년 간의 경력을 일순간에 가볍게 만들어버렸다. 지금껏 예상치 못하거나 처음 맡은 일을 시작할 때의 부담을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여기며 산을 넘어왔다. 하지만 열정과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 앞에 놓이니 무력감을 넘어 좌절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눈에 안 보이는 이 바이러스가 여러모로 사람 잡는구나 싶다.
모두가 파도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빠르게 흐르는 삶의 속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막막함과 불안을 담담히 응시해본다. 그대로 침전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덮치기도 한다. 하지만 일하는 두 아이의 엄마란 자리는 누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이전에 집에서 이미 살림과의 전쟁, 육아 전쟁 등 전투력의 최고치를 요하는 상황 속에 놓인 우리의 엄마들.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간결한 살림, 느린 육아, 배려의 감성에서 길을 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