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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전모드 Sep 30. 2024

이혼해본 남자의 솔직한 기록

서문: 끝에서 다시 시작되다

나는 두 딸을 키우는 아빠다.
큰딸은 고등학생, 작은딸은 중학생이다. 이혼 후, 두 아이의 학교 문제로 고등학교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타지역으로 전학을 시켰다.

혼자서 엄마의 역할까지 도맡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느라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삼키고 또 숨죽여 울었는지 기억이 선명하다.

때로는 차를 몰고 외진 곳을 찾아가, 아무도 모르게 차 안에서 울며 하루의 무게를 털어내곤 했다.

힘겹게 흘러간 그 날들은 내게 깊은 상처로 남았지만, 결국 그 모든 기억들이 내 발걸음을 지탱해주는 지팡이가 되었다.

나는 그 상처들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2023년 11월 11일,

의심으로만 생각했던 전처의 외도가 확신으로 바뀌던순간  

마치 사막 한가운데에 버려진 듯, 나의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린 그날을 말이다.

지인들에게 조심스레 내 상황을 털어놓으면, 돌아오는 답은 비슷했다.

"이혼? 요즘 흔하지 않아? 괜찮아, 다들 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거지 뭐."

그 말들이 위로처럼 들리긴커녕, 오히려 더 큰 허탈감만 남겼다.

나에게 이혼은 단순한 결말이 아니었다.

행복한 가족을 꿈꾸며 수년간 인내해왔던 내게 이별은 상처 그 자체였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출발점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졸혼'이라는 이름도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 속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부부간의 갈등은 늘 상존했고, 그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자녀들을 위해서, 어떻게든 그 불안정을 외면하며 관계를 이어가려 했지만, 속으로는 조금씩 멀어져갔다.

나는 '아내가 설마 나를 배신하겠어?'라는 작은 믿음에 의지했지만, 돌아보면 그 믿음은 얇고 흔들리기 쉬운 것이었다.

우리 사이의 협의되지 않은 졸혼은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그렇게 현실에 타협하며 우리는 서로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경제적 문제와 자녀 양육 문제는 자주 다툼의 원인이 되었다.

때로는 협의이혼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생각했던 적도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기보다,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라는 가족은, 함께 저녁을 먹고 하루의 일상을 나누며 따뜻하게 안식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그 바람은 점점 더 멀어져갔다.

전처의 골프 모임과 취미 생활로 인해 우리는 저녁을 함께 나누는 일조차 어려워졌고, 나는 점차 집이 낯설게 느껴졌다.

갈팡지팡 내마음이 내것이 아닌 상태의 나, 폰의 메모글

집은 나에게 피난처 같은 곳이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사이의 잦은 다툼은 그 평온함을 빼앗아갔다. 아이들이 부모의 갈등을 목격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양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나는 그들에게 따뜻한 기억을 남기고 싶었지만, 대신 무거운 짐을 지워주고 있었다.

갈등이 빚어낸 상처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오래 갈지 알기에, 나 역시 마음이 무거웠다.

결국 우리 이야기는 전처의 외도로 종결되었다.

어쩌면 그 결말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미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었고, 각자의 갈등 속에서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 그 끝은 명확했고, 나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결혼의 실패로 본다. '행복하지 못한 결혼은 곧 실패'라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 부정적인 시각은 결혼생활이 끝나는 것을 실패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단정 지어도 될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가?

어쩌면 이혼은 한 시점에서 더 나은 길을 찾아가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결정일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거나, 언젠가 그 길을 걷게 될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특히, 아이를 홀로 키우는 아버지들에게. 내가 걸어온 이 길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금 펜을 들어 이 여정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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