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에 일찍 퇴근하고 왔다. 근래 비가 들쭉날쭉하면서 아이와 함께 산책도 못하기에 피곤한 아이엄마를 위한 배려였다.
" 아빠 왔다. "
집은 시큰둥하다. 두 남자아이는 다녀오셨어요 하면서 자기가 놀던 장난감을 신나게 만지고 있다.
'이래서 딸을 낳았어야 했는데.. 아마 딸이었다면 아빠 하고 뛰어나와 포옥 안겼겠지.'
간단히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니 어느새 8시다. 집이 장난감으로 어질러져 있어 답답했다. 아이데리고 산책이라도 갈까나? 아니다. 이 시간에 산책을 나간다고 하면 아이 엄마는 잠 스케줄이 깨진다고 싫어한다. 조용히 시간 잘 떼우다가 얼른 한녀석 데리고 방에 들어가야지.
" 오빠, 애 데리고 산책이나 다녀와. "
" 엥? 진짜? 이시간에? "
" 어. ~. 둘째는 내가 재울께. "
" 어. 그래.. "
옷을 간단히 입혀서 나왔다. 딱히 할일이 없어 카페가서 초코케잌이나 먹이고 와야지 싶었다.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대중교통 타기를 좋아하는 첫째 아이는 요새 코로나인 탓에 못탔었다. 이참에 좀 태우주고 편히 시간 보냈다.
저녁 9시. 케잌먹고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애를 재울시간이다. 그런데 아내에게 연락이 없다. 뭐지? 평소같았으면, 불호령이 떨어졌을텐데..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아이는 창밖을 보고 나는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낸다.
" 아 ~!! "
드디어 알았다. 산책을 보내준 이유와 연락이 잔혀 오지 않는 이유.. 포털 사이트에 기사 중 하나가 유난히 띄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었다.
그 드라마 때문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조정석 때문이다. 역시.. 보내 줄 때부터 이상했어.
버스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때문에.. 아니 바로 조정석 때문에 없던 계획이 하나 덜컥 생겼다.
힘든 육아 생활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주고 있는 드라마를 방해 없이 보여주기. 바로 첫째 아이를 재워가는 거다.
오늘은 버스로 집 근처를 몇바퀴 돌아야 잘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오늘은 낮잠도 안잤다니깐 일찍 자겠지?
P.S
" 재우고 왔어. 슬의생 보지? 일부러 돌아왔어. 애 좀 받아줘."
" 슬의생? 그럼 왜 지금 왔어? 30분이나 남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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