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웠다.
아이가 둘이고 육아로 지치는 하루하루.
그 덕에 아내가 피곤해 하는 것도 당연하다.
나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나도 똑같은 사람이기에 나도 똑같이 피곤하다. 다만 타고난 체력 덕에 덜 피곤하고 덜 힘들뿐..
나도 역시 피곤하다.
하지만 아내는 내 기분도 모른채 자꾸 힘든 일을 나에게 미뤘다. '그래, 덜 피곤한 내가 더 하자.'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벌써 찾아온 주말 저녁 식사 시간.
저녁 식사는 닭볶음탕이었다. 아내가 배 안고프기도 하고 아이 숙제를 같이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내가 먼저 밥을 먹었다.
아내는 뻑뻑살을 싫어한다. 물론 나도 뻑뻑살을 싫어한다. 그 닭다리 특유의 부드러움.. 하지만 보통 아내에게 양보했다. 두 닭다리.
그 날 만큼은 아내가 얄미웠다. 냉큼 닭다리를 집어 먹었다. 두개를 먹었고 부드러운 살 같이 보일때면 다 먹어치웠다.
소심한 복수에 기분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아내가 맛없게 저녁식사를 할 생각을 하니 걱정도 됐지만, 그래 오늘만큼은 아내가 아닌 나를 위해 산 하루라고 생각할런다.
그날 저녁 자기 전 아내가 말했다.
' 오늘 미안했어. 너무 피곤해서 배려를 못했어. '
오늘 저녁은 아내가 밥하기 귀찮으니 시켜먹자 했고, 후라이드를 먹자고 했다.
오늘은 꼭 닭다리와 함께 부드러운 살 양보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