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동차 이론
과거엔 자기개발서를 너무, 그리고 많이 좋아했다.
진취적이고, 읽으면 가슴이 콩닥콩닥,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시나마 내 장밋빛 미래를 멋지게 그렸기 때문이다.
40살이 된 지금? 오랜만에 자기개발서를 골랐다. 팔짱끼고 있는 멋진 정장 차림의 안경 아저씨가 웃는 겉표지 한권, 빨간 스포츠카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책 한권을 샀다.
두 권 모두 100페이지를 넘어가자 조금씩 지루해 졌다. 어떻게 그 많은 돈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써있었다. 두 주인공 모두 남들과는 다른 행보의 걸음을 걸었다. 정말 미친듯이 살았다. 앞뒤 안가리고 끝까지 매달리고 열정이 가득했다.
결국은 ' 열심히 집중해서 살아라. ' 가 내용의 전부..
40살이 된 지금? 책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지금에라도 다 뒤쳐두고 열심히 살라고 해도 못살겠거니와 진짜 미친듯이 살아보자 마음가짐을 가졌어도,
' 오늘은 왜 또 늦어? '
' 아빠, 언제와? '
' 학원비 정말 무섭다. '
내 등에 딸린 짐들, 아니 이쁜 무언가가 짊어졌기 때문에 지금의 모든 걸 포기하고 하기엔 쉽지 않다.
아는 형 중에 대기업에 다니며 회계사 준비를 하는 형이 있다. 처음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려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손해를 보고 원래 다니던 대기업 직장에 다시 들어 갔다. 1차에 붙고 2차에 떨어지고, 그러다 결혼하고, 1차에 붙고 2차에 떨어지고 그러다 아기 생기고, 1차에 또 붙어가며 치열하게 살고 있다.
다 포기하고 열정을 쏟아 부으라고? 지금으로썬 어림도 없는 소리다. 가끔 커피쿠폰을 카카오로 쏘면서 옆에서 열열하게 응원만 하고 있다.
"형 힘내요!! "
여튼 자기개발서를 아무리 듣고 읽어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우연찮게 본 인스타 짤에서
" 빨간 스포츠카 이론은 들어봤니? "
에 끌려 무심코 보다가 오랜만에 심장이 다시금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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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오늘 출근하면서 빨간 스포츠카가 몇대 지나간줄 아세요?
당연히 모르시겠죠. 무심코 지나갔으니깐.
만약에 제가 빨간 스포츠카 1대를 볼때마다 100달러를 준다고 한다면,
출근할 때 몇 대인지 세어보지 않을까요?
행운은 지금도 항상 여러분 옆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무지로 인해 그냥 지나갈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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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차라리 이게 더 40대에 맞는 자기개발서 다웠다. 40대는 정말 멀고도 먼 나이라고 생각했고 지금 내 머릿속은 철딱서니 없는 20대에 머물러 있는데 삶에 치여서 주변도 못보고 지나간건 아닐까 싶었다.
잠시나마 오늘만이라도 빨간 스포츠카는 아니더라도, 핸드폰 대신 두 아이와 아내의 얼굴을 마음에 담아 100달러를 벌어 보려고 한다. 아니 그보다 더 비싼걸 벌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