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까다로운 글쓰기; 1인 철학 출판사의 방법들
아웃라인을 글을 쓰고 적어도 된다. 아웃라인은 글에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글의 내용과 구조를 명료하게 한다. 하지만 아웃라인을 먼저 쓰는 게 답은 아니다. 글은 정답이 없는 창작활동이다.
아웃라인을 적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일 수 있다. 그러면 글부터 쓰자. 아무거나 적어보자. 아웃라인보다 용기가 먼저 필요하다. 대학원생 시절 기웃거리는 일을 좋아했다. 도서관을 기웃거리며 남들은 뭐하나 책은 뭐가 있나 살폈다. 도서관 위에 연구소가 있었다. 박사 후보생 한 명이 늘 그 같은 자리에 있었다. 지나가는 나를 잡고 자기가 요즘 글을 쓴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일단 시작부터 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어떻게든 글을 쓸 수 있다고. 일단 쓰자. 아주 못 써도 된다. 출간이나 발행 전에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제출 전에 고치면 된다.
두려움이 사라졌다면, 아웃라인을 나중에라도 써보는 편이 좋다. 아웃라인은 글의 구조를 명료하게 표현한다. 아웃라인을 마지막에 써보면 자신의 글에서 쓸모없는 부분을 빼거나, 빠진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글 쓸 때 몰입하면 다양한 내용이 추가된다. 말 그대로 이야기를 쏟아낸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일관성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빼내야 할 부분도 생긴다. 그때마다 아깝다고 생각해 지우기를 머뭇거리게 된다. 아웃라인이 있다면 덜 머뭇거릴 수 있다. 글의 일관성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글을 쓰다가 아이디어를 추가하기도 한다. 추가할 주장이나 이야기가 아웃라인과 일치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마티니치도 ’philosophical writing'에서 아웃라인을 나중에 쓰는 일이 자신의 아이디어 체크를 위해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나는 첫 교정을 볼 때 글을 요약해 뼈대를 살핀다. 아웃라인을 그려본다. 작가들이 맡긴 글의 큰 그림을 그려보는 작업이다. 실제로 효과가 있다. 요약하며 아웃라인을 추정해보면 작가의 의도를 알기 더 쉽다.
아웃라인을 쓰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먼저,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적는다. 나는 아들과 나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생각하길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문장을 떠올린다. “아들이 아플 때, 힘에의 의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적은 후, 아웃라인에 왜 아들이 아팠는지,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힘에의 의지는 무슨 뜻인지,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포함시킬 수 있다.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적을 수 없다면 두 가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주장 혹은 이야기를 명료하게 정리하지 못하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두 개 이상일 경우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모를 때는 주제 탐색으로 돌아간다. 두 개 이상일 경우는 글을 쪼개면 된다.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후, 증명하면 된다. 에세이라면 관련 생각, 감상, 느낌, 경험을 적을 수 있다. 에세이에는 자기주장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글은 작가의 의도가 있다.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주장도 있다. 시도 소설도 작가의 주장이 있다. 에세이에 주장이 없을 리 없다. 논설이라면 주장, 전제, 증거, 반대의견에 대한 반박, 정의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적을 내용은 테크닉에 대해 설명할 때 적겠다.
아웃라인을 꼭 처음에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쓰는 편이 좋다. 글의 구조를 파악해 검토하기 좋기 때문이다. 아웃라인은 먼저 한 문장으로 자신의 주장을 표하고 이를 타당하게 증명하는 방식으로 써 내려가면 된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처음으로 되돌아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