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뒷 이야기]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작가님께 출판 일정을 알려드리려고 전화를 걸었다. 출판 일정을 알려드리고 작가님께 사과를 구했다.
"작가님 죄송합니다. 제가 이 책을 교정 볼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정 볼 자격이라는 말이 교정 능력이나 어떤 재무에 관련한 문제라면 극복할 수 있다. 더 노력해 깔끔하게 교정을 보거나, 힘써 일해 돈을 벌면 된다. 아니면 대출을 받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자격은 내가 적합한 편집자인지 묻는 문제였다.
책은 작가님의 인생을 담고 있다. 작가님의 인생은 누가 보더라도 급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운명이 작가님을 잡고 뒤 흔들었다.
그에 비해 나는 대부분 원하는 방향의 삶을 선택해 살았다. 성직자가 되겠다고 했고 신학교에 입학했다. 중간에 종교철학에 빠져, 교수가 되어야겠다고 유학을 떠났다. 무한도전 뉴욕 편에 빠져 뉴욕-뉴저지에 있는 학교를 넣었다. 다들 무슨 유학이냐고 했는데, 운이 좋아 갈 수 있었다. 정말로 운이 좋았는데, 노력의 문제로 해결할 수 없는 재정 문제가 있었을 뿐 아니라 아내와 같은 주에 위치한 학교를 합격하지 못하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력과 무관했다. 당시는 노력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슬렁슬렁 공부했지만, 이후에 나름 유명한 학교를 다녔다. 아마 어드밴스드 코스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보스턴 대학에서 장학금을 준다고 했는데 거절하고 다른 학교를 갔다. 중간에 꿈이 한 번 바뀌었는데, 그때 그려본 미래가 출판사 사장이었다. 박사를 넣어야 할 시기에 나는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해 출판사를 차려 일했다. 중간중간 사소한 일들은 생략했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생을 살았다.
편집을 하며 반문했다. 내가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편집할 권한이 있을까? 나와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작가님의 글을 만질 권한이 있을까? 직업이라면 당연히 편집을 해야 한다. 편집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을 보는 관점에 관한 문제라면 어떨까? 내가 작가님의 글을 희석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상반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정을 돌아봤다. 작가님의 글에 이것은 어떻고 저것은 어떻고 말했던 내가 꼴사납게 보였다. 전혀 다른 인생, 전혀 다른 관점. 여러 카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게 맞는 걸까 다시 돌아봤다. 작가님께 말씀드렸다.
"작가님 사실 저는 원하는대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라 작가님의 글을 편집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님은 대답하셨다.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