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숙쿨 Sep 02. 2023

무관심이 낳은 학교폭력

-'이 선생의 학교폭력 상담실' 을 읽고-


2014년 따돌림사회 연구 모임 선생님들이 공동 집필한 책, <이 선생의 학교폭력 상담실>을 다시 펼쳐본다. 훑어보다 보니 현재 2023년 상황에서도 너무나 정확한 지적이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뒤 교권 침해 문제가 또다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교권이 침해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 둘은 시소의 양쪽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관계가 아닙니다. 교사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은 교사가 교육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교육권과 교육 노동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학생들에게 인권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 학생들은 교사의 교육권이나 교육 노동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닙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교권 침해 사안의 경우에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 선생의 학교폭력 상담실 42쪽-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합리적 권위마저 박탈당한 시대가 되었다. 개인의 카리스마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는 합리적인 권위가 존재할 때 평화와 안정을 누릴 수 있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권위가 없는 공간은 혼돈, 무질서, 불안이 가중되고 결국 학생들은 안정적인 학습활동과 생활이 어렵게 된다. 학생과 교사의 권리는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둘 다 너무 중요하며 서로 침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 나가야 한다.


학교 폭력의 발생을 나는 무관심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교실 속에 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각자 너무 바쁘다. 서로에게 마음을 주고 친구의 상황을 살필 여유도 관심도 없다. 친구들끼리 모여도 각자 핸드폰을 보며 자기만의 세계 안에 있는 모습이 이젠 매우 흔한 풍경이 되었다. 내 할 일만 잘 하면 되지 옆 친구에게 어떤 아픔이 있는지, 어떤 친구가 힘을 휘두르는지 그들 관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선생님들 역시 마찬가지다. 자칫 아이들의 일에 관여했다가 호된 모욕을 당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고소를 당해 법정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수모를 당한다. 아이들의 역동에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다.


또한 학급에서 발생한 학폭 사안을 보면 아이들의 행동 이면에 부모의 무관심이 한몫을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다 제공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정작 내 아이가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어떤 활동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지, 아이의 불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가족 간 대화가 부족한 가정의 무관심이기도 하다. 아이와 자주 대화하며 아이의 친구 관계, 욕구와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필요한 물건을 다 제공했다는 것으로 부모의 책무를 다했다 여기지 말고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있는지 또, 아이는 그걸 느끼는지 살펴야 한다. 아이의 자존감은 내 아이의 부족함까지 인정하고 사랑하고 존중할 때 확장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에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우리의 무관심으로 학교폭력이 생기지 않도록 섬세한 시선으로 내 자녀를, 우리 학급 아이들을 바라보자. 학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집단의 분위기가 따돌림을 허용하고 조장하는 문화가 되지 않도록, 약점을 개선하려는 아이의 변화 의지와 집단의 노력을 함께 병행하고 상호 보완해 나가도록 구성원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