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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Mar 23. 2023

파란, 기억여행자 10

10. 우리는 잔잔한 웃음을 지었다.

부엉이는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독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뭐가 뭔지 몰랐지만, 돌아가자는 말에 안도했다. 독수리는 크게 날개 짓을 하며 우리를 감쌌다. 다시 엄청난 빛이 우리를 감싸고 앞이 하얗게 됐다. 눈이 감겼다. 다시 눈을 뜨니, 주인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수고 많았네. 모두들! 잘 다녀오셨어요!                    


파랑새는 다시 나로, 여우는 다시 여자로, 부엉이는 한 할아버지로 돌아왔다. 하지만, 독수리는 없었다.                    

독수리는 계속 그곳에 있는 것인가요?                    


음. 이곳으로 오기도 하는데, 그곳에서 하는 일을 더 좋아해서 그곳에 머물고 있어요.                       


그럼 그 독수리 떼들은?                     


네. 독수리 떼들은 자신의 모자를 잃어버려서 다른 여행자의 모자를 뺏으려 하지요. 그러면 돌아올 수도 있어

요. 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모자의 의미를 알아야 해요. 그래야 모자가 이곳으로 오는 것을 허락하거든요.                    

할아버지는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주인아주머니는 할아버지의 안색을 살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셨다. 나는 할아버지의 기억의 장면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너무 궁금해졌다.                     


어떻게 우리가 다시 올 수 있었지? 다시 올 수 있었다는 것은 의미를 찾으셨다는 것인데...          

궁금해하는 내 마음을 아셨는지...                  


고마워요. 모두들. 제 이야기가 궁금하지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너무 힘이 들어서, 말할 힘이 없네요. 언제 우리 만나 이야기해 봅시다. 설렁탕 한 그릇씩 사드려야겠네요.                    


우리 모두는 잔잔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모두에게...          


네 그러세요. 이제 식당을 정리하고 할아버지도 제가 좀 모셔다 드려야겠네요. 늦었으니 다들 편히 돌아가 쉬세요.     


아주머니는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또 오라고 하셨다.       


나는 인사를 하고, 문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밤이었다. 그랬다. 아직 밤이었다. 돌아와 보니, 나에게서 변한 것은 하나 없었다. 나도 기억여행을 떠나야 하나 고민이었다. 발걸음이 터덜터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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