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는 그래도 참괜찮은 사람
진급 발표가 났다.
예상은 했지만 명단에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할만한 그럴싸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온 기운이 쭉 빠졌다.
휴…
또 이제 다시 무슨 기운으로 근무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한다고 하는것 같은데, 그래도 적어도 남들보다 무엇인가 더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하는것 같은데,
늘 제자리 걸음 아니 오히려 뒤로 한걸음 물러서고 있는 기분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재우다 가만히 누워 생각해 보니
거슬러 거슬러 가보니 나는 어릴때 부터 그래왔던것 같다.
어영부영 그냥 딱 중간인.
공부를 잘했던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공부를 손 놓고 놀았던것도 아니다.
차라리 실컨 놀기나 했으면 덜 억울했을것 같다.
어쩌면 나는 반에서 꼴등을 도맡아 햇다던지, 뒤에 몇명 없었다던지 그런 사람들은
게임이든, 무엇이든 어디엔가 내가 좋아하는 다른 것에 빠져 살았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충족되거나
아니면 그것을 발판 삼아 다시 올라올수 있는 힘을 가진것 같다.
그저 그런 그냥 늘 중간인 나는
이도 저도 아니였던것 뿐이다. 꼴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등도 아닌 그냥 그저 그런 사람 좋은 사람.
나는 무던하고 둥글둥글한 성격 덕에 주변 친구들이나 동료들, 지인들, 동네 엄마들도 부터 평판은 좋다.
늘 무엇인가 도전하고 새로운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서
늘 진취적인 사람인것만 같은 탈도 쓰고 있는것 같다.
그런데 딱 그냥 거기 까지 인것이다.
늘 임계점을 뛰어 넘지 못하고 그냥 거기까지.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냥 딱 중간.
그러다 보니 그렇다할 성과는 없지만 에너지만 고갈되어 있는 상황이 늘 반복되는것 같다.
쌍둥이 아이둘은 거의 아침부터 잠들때 까지 양육하다 보니 물론 체력적으로 힘이 부치고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핑계로
나의 발전 사항을 키우지 못한다는 핑계를 계속해서 들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이 핑계가 먹힐것인가.
늘 불똥은 아이들에게로 튄다.
오늘도 하루종일 신나게 놀아주었으니 이쯤하면 그만하고 잘때도 되었고,
아이들이 일찍 자줘야 나는 또 나만의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이것들이 하루종일 그렇게 굴리고 놀아줘도 .. 하 결국 폭발….
그런데 이렇게 만든 내 시간들을 난 귀하게 쓰고 있는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할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정도 중요하다지만, 그런 과정 속에 내가 내놓은 결과는 대체 무엇일까.
정답을 찾을수가 없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뭐가 문제 인지조차 잘 모르겠다.
혼란 스럽다. 어디서 부터 제대로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