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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코드 Jun 22. 2023

엄마 오늘은 몇 밤 자고 와?

장거리를 떠나는 엄마의 마음

“엄마 비행기 또 언제가? 이번엔 몇 밤 자고 와? 멀리가?”

육아 휴직 1년.

승무원 엄마들은 돌쟁이 아이를 떼놓고 며칠 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나마 나는 쌍둥이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 휴직이 단태아 아이들보다 길어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게다가 예고치 않게 찾아온 코로나 덕분에? 하늘길이 막히면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생겼다.


그나마 가족 중에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다행이다.

입주 이모님을 쓰는 동료들도 종종 있다.

직업 특성상 며칠 집을 비워야 하는 스케줄이 많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아이들이 고학년에 올라가기까지는

엄마의 빈자리를 메꿀 누군가가 필요하다.

많은 비행하는 엄마들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비행 갈 때 종종 몇 번씩 울며 그만둘까 내가 뭐좋자고 하는 일인가 싶은 갈등을 수차례 겪는다.


특히나 아픈 아이를 떼어놓고 와야 할 때는 더더욱 마음이 힘들다.

우리 둥이는 다행히 감사하게도 시어머님께서 아이들을 봐주시고 계시다.

한 번은 장거리 비행 후 숙소에 도착해서 핸드폰을 켜고 어머님께 문자를 했다.


‘어머니 잘 도착했어요! 아이들은 별일 없나요? 고생하셨어요 ‘


‘ 아이고 어쩌냐 기침을 계속하더니 어제 밤새 열이 난다.’


‘아… 출발할 때 기침을 종종 하더니 결국 열이 낫구나.. 내가 밤새 비행기에 날아오는 동안

우리 아이는 밤새 열이 낫구나..‘


‘걱정 마라 내가 해열제 챙겨서 먹였다. 지금은 좀 열 내린 거 같다.’


이럴 때면 정말 더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지나고 보면 엄마가 있다고 해서 열이 날 아이가 안 날 것도 아닌데

괜히 엄마가 옆에 없어줘서 아이가 아픈 건 아닌지 괜한 자책감도 들 때도 있다.


‘oo아 괜찮아? 밥 잘 먹고 물도 많이 마시고 잠도 잘 자고 쉬고 있어! 엄마 금방 날아서 갈게!!’

전화기 너머 영상통화로 아이의 안부를 묻는다.

정말 그나마 이렇게 영상통화라도 되니 아이의 얼굴을 보고 안심을 한다.

영상통화조차 안되었던 예전에 아이 엄마들을 어떻게 이 긴긴 스테이를 아이를 생각하며 보냈을까?


아,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이쁜이들 보러 얼른 집에 가야지! 퇴근퇴근!

3박 4일 일정을 마치고 피곤하고 고단하지만 아이들을 볼 생각에 12시간 장거리 비행 후 발은 터질 것 같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00아 ㅁㅁ아!! 엄마 왔다!!’

‘엄마 아아아 아~!!!’


와다다다다다다

‘엄마 다녀오셨어요! 근데 엄마 가방에 뭐 맛있는 거 있어요?’


자꾸 비행 끝나고 집에 갈 때마다 뭐 사가지고 가면 엄마 가방만 궁금해한다는 선배의 말이 정말인가 보다…


비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어머님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집안.


젊은 엄마도 체력 넘치는 7살 남자아이 둘을 보기도 힘든데 70이 다 되어 가시는 우리 어머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똥강아지 둘은 오늘도 얼마나 신나게 보냈는지

집안 여기저기 아이들의 장난감이 흩어져 있고, 조금만 젖어도 옷을 벗어던지는 아이들의 옷가지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씻으러 들어간 화장실 변기에는 똥강아지들의 소변이 여기저기 튀어있다… (이 녀석들을….  부들부들)

그래 아이들 열도 내렸고 즐겁게 놀고 있었음 그만인 것이다.

집안이야 곧 정리하면 그만이고 아무 일 없이 엄마가 일을 하는 동안 가족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엄마! 내가 오늘 유치원에서 엄마생각이 조금 나서 눈물이 좀 날 뻔했는데 참았어!’


잠자리에서 아이가 내게 말해 온다.

가슴이 찡했다. 아이들을 더욱더 꼭 안아준다.

자주 안아 줄 수 없기에 ‘엄마! 숨 막혀 윽..’ 할 때까지 난 아이들을 한번 안아줄 때 꼭 안아준다.


며칠씩 집을 비우기 전에도 아이들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쪽지를 써주고 나온다.

엄마가 없는 며칠 동안 이 엄마의 사랑이 너희의 마음에 온기로 남아있길 바라 보면서..


가끔은 ‘엄마 그냥 가지 마 못 간다고 해.’라고 칭얼거릴 때도 있다.

그래 엄마랑 헤어지는 것이 아이들은 얼마나 싫겠는가.. 그럼에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엄마를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도 씩씩하게 해 준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엄마가 비행기 승무원을 하는 게 너희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고 보고 싶어서 조금 어려울 때도 있어.

하지만 엄마는 이 일을 하는 게 즐겁고 보람될 때도 많단다.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도 하고 엄마가 벌어온 돈으로 너희들에게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사줄 수 있을 때면 기뻐. 우리 서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이틀 밤 자고 또 만나자.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해.‘


아이들에겐 가끔 만나는 엄마라도 늘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엄마가 있다는 것이

더 큰 사랑으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함께 있는 동안은 더 사랑의 언어를 들려주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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