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한길 Dec 01. 2020

이토록 보통의 (캐롯) : 굳은 마음을 풀기 위해서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NormalLikeThis


‘가족’이라는 단어를 보면 우리 가족의 모습이 이미지로 떠오른다. 하지만 ‘평범한 가족’이라는 단어를 보면 막연하게 단란한 한 무리의 사람들 이미지가 떠오른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보면 나의 아내가 떠오르지만, ‘평범한 사랑’이라는 단어를 보면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는 어떤 연인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평범한 것은 내 것이 될 수 없는 걸까.

누군가 급작스럽게 자기 소개를 부탁하면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라는 대답이 반사적으로 나올 것이다. 누군가 내 삶의 수준을 묻는다면 ‘평범한 수준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누군가 내 성격을 묻는다면 ‘딱히 모나지 않은 평범한 성격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일까.

평범은 내 것을 소개할 땐 잘 어울리지 않는다. 반대로 나에 대해 소개할 땐 잘 어울린다. 이런 관점에서 평범이라는 단어를 가만히 떠올려보면, 다른 이의 내면엔 관심이 많으면서도 정작 본인의 내면은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하는 우리의 마음이 엿보인다. 사실 평범은 게으른 단어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평범에 들어있다.

게으르면 굳는다. 몸도 마음도. 구태여 힘을 짜내어 움직여야 한다. 이 작업의 시작은 나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몸을 움직이려면 몸무게를 재보고, 허리를 굽혀보고, 팔을 늘여보며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피면 된다. 마음을 움직이려면 ‘나는 왜?’라는 질문을 떠올려보면 좋다.

캐롯 작가의 ‘이토록 보통의’는 훌륭한 마음 트레이너다. 조금 낯선 세계에 우리를 초대하고, 그 낯섦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굳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이 조금 아플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길. 굳은 몸을 스트레칭할 때 고통이 따르듯, 굳은 마음이 풀어지는 과정은 괴로움을 동반한다. 화가 날 수도 있고, 머리가 복잡해져 피곤해질 수도 있다. 피곤함이 느껴지면 쉬어야 한다.

그렇게 풀어진 마음은 우리에게 ‘용서’를 건넨다. 나와 다른 이를 용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부족함 없는 사랑을 누릴 수 있다. 미워하는 마음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 이 작품을 읽어보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키몽의 호구로운 생활(키몽) : 매력이 주는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