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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길 Apr 22. 2022

어린이를 위한 암흑물질 해설 영상 대본

(이 대본은 과학동아 4월호 기사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암흑물질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기 위해 작성된 대본이기에, 이론을 완벽하게 정확히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인트로  


학교에서 신체검사를 실시했다. 내 앞에 서 있는 친구는 평소에도 빼빼 마르기로 유명한 친구다. 그런데 그 친구가 체중계 위에 올라가는 순간, 체중계의 숫자가 300kg를 가리킨다. 당황하는 선생님. 선생님께선 나에게 체중계 위로 올라가보라고 하신다. 그런데 내가 올라가니까 체중계는 60kg를 가리킨다. 평소 내 몸무게가 맞다. 체중계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그때, 친구가 귓속말로 나에게 속삭인다.


“나 사실... 250kg짜리 투명 갑옷을 입고 있어”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 1편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ㅋ

갑옷으로 만들어 입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주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물질이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것이 바로 암흑물질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이 물질이 있다고 주장을 할 수 있냐는 거지. 이 주장을 처음으로 한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은하의 회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데? 은하에 뭐가 더 있는 것 같아!"


이건 무슨 소리일까? 은하는 회전을 하고 있다. 이 회전 속도는 질량이 무거울수록 빨라지는데, 츠비키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은하가 원래 돌아야 하는 속도보다 훨씬 빨리 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그만큼 은하가 더 무겁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까, 은하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질량을 보태고 있다는 뜻이다. 마치 친구가 입고 있던 투명 갑옷처럼 말이다. 


츠비키는 이 물질에 '암흑 물질'이라는 다소 오글거리는 이름을 붙인다. 작명 센스 탓이었는지 츠비키의 주장은 그다지 힘이 실리지 않았다. 그런데, 약 40년 후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 츠비키의 주장에 지원사격을 했다. 


“내가 우주에 있는 은하를 관찰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 우주에 생긴 은하가 회전을 하고 있잖아. 그런데 이게 가운데 쪽이랑 바깥쪽이 비슷한 속도로 회전을 하더라고!”


얼핏 들으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수 있다. 베라 루빈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자.


원래 은하의 회전 속도는 중심부가 훨씬 무겁고, 그만큼 빨리 돌아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실제 회전 속도는 중심부나 바깥쪽이나 비슷한 속도로 회전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눈으로 봤을 때 은하 중심부에 훨씬 많은 물질이 있어서 은하 중심부의 질량이 더 큰 것 같지만, 실제 무게는 중심부나 주변부나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은하 어딘가에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질량을 가진 어떤 물질이 있다는 얘기다.  어라? 암흑물질이 진짜 존재하는 것일지도?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 2편   


'우주에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있다'는 증거는 위성 관측 결과로도 나타났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주에서 대폭발이 일어난 후, 우주의 온도는 모든 구역에서 동일하게 측정되어야 했다. 그런데 2001년에 발사된 WMAP위성과 2009년에 발사된 플랑크 위성이 측정한 우주의 온도 분포는 얘기가 달랐다. 우주 곳곳에 온도가 다른 구역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주의 온도 분포가 균일하지 않다는 건 우주의 중력 또한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우주의 중력이 균일하지 않다는 건, 중력을 가지는 어떤 물질이 우주 곳곳에 퍼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근데 문제는 그게 눈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더 답답한 사실은 무려 이렇게 혼란스러운 존재가 무려 우주의 95%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물질은 대략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27%는 암흑물질과, 68%는 암흑 에너지로 나뉜다. 


어서 와, 암흑 에너지는 처음이지? 

암흑 에너지는 암흑 물질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암흑물질은 그나마 물질이기라도 하지, 암흑 에너지는 그것도 아닐 수 있거든. 츠비키와 베라 루빈도 꽤나 답답했을 거다. 



    현상수배 : 암흑물질을 찾습니다


답답한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에 현상수배 전단을 걸었다. 현상수배 전단에 적힌 암흑물질의 인상착의는 다음과 같다. 


    우주 전체 질량의 27%를 차지할 것  

    빅뱅 전부터 우주에 퍼져 있던 물질이었음. 그러니까, 지금은 엄청 늙었음. 수명이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길다.   

    투명인간 같음. 빛(전자기파)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  

    이 물질이 움직이는 속도는 빛보단 느림.  


원피스를 찾아 나선 수많은 해적들처럼, 암흑물질을 찾아 과학자들이 탐험을 떠났다. 현재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뽑히는 물질은 총 3종류다. 윔프, 액시온, 비활성 중성미자. 얘네가 진짜 암흑물질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선 일단 얘네를 잡아야 하지 않겠나? 출발이다! 



    암흑물질 잡기 : 윔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윔프를 잡기 위해 윔프의 특징을 살펴보자. 윔프는 물고기에 비유하면 개복치와 비슷하다. 덩치는 엄청 큰데 또 엄청 예민하다. 살짝만 건드려도 스트레스를 받아 우와아아아악 마구잡이로 헤엄을 치다가 여기 저기에 부딪치곤 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면 윔프를 찾아낼 수 있다. 윔프가 검출기 안에서 마구잡이로 헤엄을 치다가 원자핵에 부딪히면, 원자핵은 그 충격으로 움직일 것이다. 원자핵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윔프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윔프가 아니라 다른 물질이 원자핵을 움직인 거라면 우리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윔프 검출기는 지하 수백~수천m에 설치한다. 윔프가 아닌 다른 물질이 원자핵을 건드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암흑물질 잡기 : 액시온  


윔프를 개복치에 비유한 김에, 다른 물질도 물고기에 비유해보자. 액시온은 정어리에 가깝다. 정어리는 덩치가 아주 작고 떼거지로 모여다니는 물고기다. 덩치가 작으니 여기 저기에 부딪치더라도 주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개복치와는 다른 방법으로 낚시를 해야 한다. 


기억하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을 가하면 광자로 쪼개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검출기 안에서 강한 자기장을 가했을 때 광자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를 살펴보면 그 안에 액시온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거다. 


물론 이것도 쉽진 않다. 액시온에서 나온 광자를 찾아내는 건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라디오 채널이 딱 하나밖에 없는 게 함정. 그래서 오늘도 과학자들은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열심히 좌우로 다이얼을 돌리고 있다.



    암흑물질 잡기 : 비활성 중성미자  

중성미자는 명태 같은 존재다. 왜 명태라고 하는가 하면, 명태는 하나인데 별명이 여러 개이기 때문이다. 명태가 갓 잡혔을 땐 생태, 얼리면 동태, 반쯤 말리면 코다리, 완전 말리면 북어가 된다. 


이처럼 중성미자도 여러 모습으로 변하는 성질이 있다. 뮤온, 타우, 전자, 비활성 중성미자다. 이 중 비활성 중성미자가 바로 과학자들이 찾는 암흑물질 후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중성미자가 비활성 중성미자로 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냉큼 잡는 전략을 사용한다. 명태 어장, 그러니까 중성미자가 많이 나오는 곳은 원자력 발전소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중성미자는 수십m를 이동한 뒤 비활성 중성미자로 바뀌기 때문에, 이곳이 바로 비활성 중성미자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아직 암흑물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심지어 이것도 하나의 이론일 뿐,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왜 암흑물질을 찾아다니는 것일까? 

(마무리 파트의 이야기는 기자가 취재한 취재원의 이야기를 인용할 것)



(위 대본을 토대로 제작된 영상)

https://youtu.be/20yDWMpO6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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