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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pr 11. 2023

Chicken Feed

껌 값과 자동차

책을 읽다가 chicken feed라는 표현이 나와 잠시 옛날 생각이 났다. 비슷한 표현으로 A drop in the bucket, Small change 등이 있다.

오래전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 규제를 위해 방한한 미국의 한 유명 변호사 일행을 패널로 무역센터에서 대규모 콘퍼런스가 있었다. 당시 30대 그룹에서 과장으로 재직하던 필자가 발언 기회를 얻어 그 미국 변호사에게 “지난 25년간 일본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가 4천만 대가 넘는데, 거기에 비하면 한국이 수출한 자동차는 속어 써서 실례지만 껌 값(chicken feed)에 불과한데 이렇게 압력이 심한 건 불공정하다”라고 대든 적이 있다. 평소 회사 내에서 당차기로 정평이 나 있던 선배 전 모 과장조차도 "김 과장..." 하면서 말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는 슈퍼 301조 발동으로 미국이 기세 등등 한 시절이었다.

그러자 그 변호사는 “도쿄의 노회 한 협상가들을 만나고 오느라 인내심이 소진되어 그렇다네, 젊은 친구”라고 응수했던 게 기억난다. 그 변호사 왼쪽에 앉아 있던 당시 무역협회 부회장께서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띠고 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요즘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주변국들의 쟁탈전을 보면서 우리 경제가 어느 때고 쉬운 때는 없었다는 걸 더욱 절감하게 된다. 또 보조금 문제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뚫고 (against all odds)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자동차 업계 리더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내 발언이라야 계란 하나로 아이거 북벽을 때리는 정도의 임팩트나 찻잔 속의 폭풍 밖에 안 되는 것이었지만,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했기 때문에 그런 미소를 지은 게 아니었을까 지금도 가끔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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