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지사에 처음 갔을 때의 이야기다. 미국인 동료가 샌프란시스코 일대를 관광시켜 주겠다고 나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다.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몬터레이에 들렀을 때 그가 한 가지 예화를 들려주었다. 본래 몬터레이는 펠리컨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번성했다. 어부들은 고기를 손질하다가 판매용으로 부적합한 물고기 따위를 펠리컨들에게 던져주곤 했다. 그러자 펠리컨은 점점 살이 찌고, 게을러지며 현실에 안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그 부적합했던 물고기의 판로가 생겨 더는 펠리컨에게 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물고기 잡는 법을 잊어버린 펠리컨이 하나둘씩 죽어갔다. 사람들은 해결방법을 찾다가 다른 지역에서 펠리컨들을 구해다가 풀어놓았다. 그랬더니 새로 온 펠리컨이 열심히 물고기를 잡으며 자립하고 그걸 옆에서 지켜본 기존의 게으른 펠리컨들도 차츰 따라 하며 독립할 수 있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사회 초년병 시절에 부유한 친척에게 집 살 돈을 빌리려다 거절을 당한 적이 있다. 그땐 서운했으나 그 이후 나는 철저히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살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었다. 이후 친척들이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는 최소한의 도움을 주고 반복되지 않도록 했다. 계속 도와줄 여력도 없지만 그들이 평생 자립심을 기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었다. 거절당할 때는 서운하겠지만, 계속 도와주다 관계가 나빠지면 아예 회복할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만다.